“꿩 대신 닭, 들러리 선 꼴” 등 시민여론 악화
“관광객 유치면에서 오히려 낫다” 긍정적 반응도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부지. 동부면 구천리 소재 국유림
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부지. 동부면 구천리 소재 국유림

거제시가 적극 추진했던 국립 난대수목원 조성이 사실상 무산됐다. 산림청은 최근 경남 거제와 전남 완도 2곳을 두고 남부권 국립 난대수목원’ 조성 대상지를 선정한 결과 거제를 탈락시키고 완도를 최종 낙점했다.

대신 거제에는 ‘한‧아세안 국가정원’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지난 24일 거제시에 통보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난대수목원 조성을 기대하던 거제시민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처다보는 격’ ‘들러리 선 거제’ ‘꿩 대신 닭’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격’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국가정원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다소 긍정적인 평가에 반해 전 거제시민들이 염원했던 난대수목원이 무산됨에 따라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부정적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거제시민 60% 이상이 난대수목원 유치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거제시내 전역에 현수막을 내걸며 최종 후보지 선정과 완도와 함께 2곳 모두 수목원 조성을 기대하고 축하했던 마당에 막판에 와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애당초 완도가 선정되는 각본에 거제시가 들러리를 선 꼴이라는 반응과 함께 거제시가 중앙부처에 미운 틀이 박힌 게 아니냐는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다.

산림청은 거제의 국가정원 조성과 관련해서는 내년 별도 용역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변광용 시장도 빠른 시일 내 산림청장과의 면담을 추진해 구체적 내용과 일정을 확인하고, 국가정원 사업을 적극 추진토록 하겠다고 했다.

남부권 국립 난대수목원은 난·아열대 지역의 산림생물자원 보존과 활용을 위해 산림청이 주관하는 국책 사업이다. 제4차 수목원진흥기본계획을 토대로 1800억 원 상당을 투입한다. 이를 두고 지난해 거제와 완도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2009년부터 국립수목원 조성을 추진해 온 거제시는 동부면 구천리 일대 200ha를 최적지로 낙점하고 기본계획 용역, 자연 자원 조사, 도시계획도로 지정까지 완료한 뒤 일찌감치 유치 신청서를 냈다. 경남도도 인구 800만 명이 밀집한 부·울·경 최초의 국립수목원으로 지역 관광산업을 견인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그런데 완도군이 뒤늦게 유치를 신청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대형 국책사업이라 정치적 판단이 불가피한 상황에 문재인 대통령 고향인 거제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도지사를 지낸 완도가 맞붙으면서 유치전은 필요 이상으로 과열됐다.

이 때문에 입지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던 산림청은 10월에야 거제와 완도를 모두 후보 적격지로 판정하고, 타당성 용역을 통해 최종 입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후 산림청은 지난 5월 ‘타당성 평가 및 기본구상 용역’을 발주했고, 이를 토대로 완도의 손을 들어줬다. 완도는 현재 도립수목원으로 조성돼 운영 중이고, 난대림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자연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대신 탈락한 거제엔 ‘한‧아세안 국가정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2019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에 채택된 산림관리협력 방안의 하나다. 사업이 완료되면 순천만, 태화강을 잇는 제3호 국가정원이 된다.

거제 구천리 일원은 주변 관광지와 연계할 경우, 한해 5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순천만 국가정원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대체사업으로 적정하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거제시도 관광집객면에서 국가정원이 낫다는 판단이다. 난대수목원은 식물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학술적, 보존적 기능과 의미가 강하다.

반면 국가정원은 자연물과 인공물을 함께 배치하고 공원적 기능이 추가되는 만큼 대중적 요소가 짙다는 이유다. 여기에 기존 국가정원 규모를 고려할 때 난대수목원보다 더 많은 국비가 투입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는 게 거제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런 이유로 국가 정원이 관광객 유치에는 오히려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변광용 시장은 28일 비대면 기자회견을 통해 "비록 난대수목원 유치는 무산됐지만, 대체사업으로 순천만 국가정원과 태화강 국가정원을 잇는 제3호 국가정원이 조성될 예정으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면서 "국가 정원이 관광객 유치에는 오히려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또 다른 기회와 도전”이라며 “거제시민 모두의 끈질긴 열정과 노력으로 일군 국가정원이 세계적 관광명소로 우뚝 서 거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제 활성화와 지역발전의 촉매제가 되도록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거제에선 난대수목원이 관광객 1000만 시대 개막을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범시민추진협의회를 발족, 유치 결의대회·범시민 서명운동·희망 걷기 대회 등을 펼쳤다. 특히 서명운동에는 지역 인구의 60%가 넘는 16만 명이 동참했다.

하지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뻔한 결말을 놓고 지자체와 지역사회만 괜히 헛심을 쓴 꼴이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제에선 범시민추진협의회가 발족돼 유치 결의대회·범시민 서명운동·희망 걷기 대회 등을 펼쳤다. 특히 서명운동에는 지역 인구의 60%가 넘는 16만 명이 동참했다. 이 과정에 정부 부처가 지자체 간 과잉 경쟁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관광 효과에선 국가정원이 낫고, 더 많은 사업비가 투입될 거라곤 하지만 이 역시 현재로선 바람일 뿐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1년 넘게 우리만 헛꿈을 꾼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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