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거제시체육회 사무국장
김명진 거제시체육회 사무국장

2019년 6월이었다. 자정을 훨씬 넘어 새벽으로 접어들 때까지도 옥포수변공원은 3000여명의 시민들이 토해내는 함성과 탄식으로 열기가 식을 줄을 몰랐다. U-24 월드컵 결승전 응원전이 펼쳐졌던 것이다.

그해 봄 거제에서 개최된 제58회 도민체전에서 거제시선수단은 양산시와 진주시를 제치고 사상 첫 종합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조선업 불황으로 지속된 지역 경기침체의 긴 터널 속에서 찾아온 작은 희망의 빛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다시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을 크게 고무시킨 기쁜 소식이 있었는데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팍팍한 삶 속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새로운 시련과 마주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국적 대유행과 그로 인한 공동체 삶의 붕괴위기를 우리 모두가 함께 막아내는 일이었다.

사회 전반에 드리운 암울한 그림자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점점 단계를 높여갔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가 이어졌다.

'덕분에'라는 용어로 대변됐던 범국민적 코로나 위기극복 노력은 몇 차례의 고비를 넘어 K-방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어느덧 연말인 12월을 맞이했다. 물론 코로나19 전시상황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우리는 여전히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뎌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거제에서는 올해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몇 가지 반가운 소식들이 체육계에서 들려왔다.

작년 여름 고현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무명의 정현영 선수가 광주에서 개최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중3의 신분으로 얼마전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 선수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수영 국가대표 선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또 하나 더. 늘 여자 씨름계에서 강자로 꼽히던 거제시청 여자씨름단 소속 이다현 선수가 올해 개최된 모든 대회에서 무궁화급 장사를 싹쓸이 하더니 파죽지세로 구례천하장사 타이틀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마도 이들이 지친 시민들에게 안겨준 선물은 다름 아닌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지금 거제시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U-24 월드컵 응원전에서 보여준 젊은 도시 거제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도민체전 3위의 저력 그리고 정현영·이다현 선수가 보여준 도전 정신은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 거제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데 있어 충분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리라 본다.

2021년에는 올해 창단한 거제시민축구단이 대한축구협회 주관 K4리그에 정식으로 참가한다. 비록 4부리그이긴 하지만 프로축구를 우리 안마당에서 관람하고 응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민축구단 역시 신생팀의 패기로 선전을 펼쳐 시름에 잠긴 시민들에게 활력과 생동감을 불어 넣어주길 기대해 본다.

연말이다. 요즘 우리는 아이돌 그룹 BTS가 가져다준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보며 다시 한번 위안을 느낀다. 어쩌면 빌보드 1위를 연거푸 석권한 그들의 곡명처럼 때로는 'Dynamite' 같은 역동적인 에너지가 때로는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참 힘든 시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야 하는 이유는 지켜내야 할 소중한 존재가 있는 한 삶은 계속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래 'Life Gose On'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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