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인간이 달나라 별나라에 왔다 갔다 하고 세상의 온갖 지식을 한 뼘 손 안에서 즉시 검색하고 하루 24시간 안에 지구를 한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이 발전된 문명의 시대에 아직도 독재가 존재하고 미개한 방법으로 정적을 제거하는 지도자가 있다는 사실이 때때로 나를 경악케 한다. 특히 정신적으로 원숙하지 못한 독재자의 손에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장악되면 걷잡을 수 없이 악한 일에 사용되거나 독재를 연장하는 일에 사용돼 도리에 발달한 문명이 사람의 정신 연령과 수준을 거꾸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는 생각을 한다.

얼마전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비행기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는데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으로 암살시도를 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지난 2018년 4선에 압승을 거둬 2024년까지 24년 동안 거의 반세기 동안 러시아를 통치하는 것에 더해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월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푸틴은 오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현대판 독재자의 출현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푸틴을 생각한다. 아무리 정권이 좋고 대통령 지위가 좋아도 너무 빤하게 그 자리를 20년 넘게 고수하는 것에 대해 과연 푸틴 자신은 독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까 하는 것이다. 그도 학식이 있고 배운 사람이라 역사를 통해 독재자의 말로와 후대에서 그의 장기집권을 뭐라고 평가할지는 스스로 알 것이다. 그럼에도 반세기에 가까운 독재를 선택하고 국민투표까지 해가며 개헌안을 바꾸고 정적을 암살하면서 끈질기게 정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은 단순한 권력을 향한 욕망뿐 아니라 무언가가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같은 소심한 인간은 나를 향한 조금의 비난이나 비판이 일어도 바로 일어나 훌훌 털어버리고 까짓것 그 뭐라고 내가 이따위 소리를 들어야 하냐고 박차버리고 나올 인성인 바, 자신을 향한 거센 비난과 반대 세력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정적을 공공연히 제거하고 군대를 이용해서 반대세력의 저항을 억압하는 세상의 독재자들은 권력에 대한 불타는 욕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아낼 수 있는 강한 멘탈이 그 내부에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도덕성이 결여된 멘탈 '갑'인 사람들이다.

권력이란 자식에게도 물려주기 싫은 것이라고 할 만큼 중독성이 있고 그 맛은 달콤의 수준을 넘어서 황홀한 것이라고 하지만 진정 지각이 있는 지도자라면 나의 열망이나 권력욕 보다는 국익과 국민들의 유익을 더 많이 추구하고 나를 돌아보아 나의 이념이나 태도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작은 컴퓨터 안에 세상의 모든 지식이 들어가 있고 클릭 한번으로 수천억의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 발달된 문명의 시대지만 인간의 정신 연령은 기형적으로 발달해 어느 부분에서는 고도로 성장하고 발전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상식 이하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때를 잘 만나 대통령이 되고 국가 지도자가 돼서 국민 전체를 몰상식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것들을 올바로 인식하고 그 비상식적인 것에 동조하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자신을 자각하고 성찰해 용서할 때와 사과할 때, 떠날 때와 있어야 할 때를 분별하고 용기를 내어 자신을 드러내고 오픈 할 수 있는 여유롭고 슬기로운 지도자의 출현이 너무도 간절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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