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대한문인협회 문학대상을 수상한 시인 솔새 김남식 선생의 시(詩) 중에 '가을은 깊어가고'라는 시가 있는데,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추수의 계절/ 내 삶을 계산하여 보고/ 그 손익을 따져야만 할 계절이다./적자 인생에서 흑자 인생으로/ 바꾸어지기 위해/온 밤이 하이얗게 바래도록/ 자기를 지켜보아야 하리라./감사의 계절/ 마음으로 자기를 감싸는 계절이다./위대하신 손길 앞에/ 자신을 드리는 뜨거운 계절이다./감사의 제단에/ 나의 뜨거운 심장을 드려/ 제물이 되게 하리라.'

이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11월은 감사의 계절입니다. 지난날의 삶을 뒤돌아 보면서 나를 보살펴 주고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해 감사로 화답하는 계절이요,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로 응답하는 계절입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말중에서 가장 따뜻하고 훈훈한 정감을 느끼게 하는 말은 바로 '감사'라는 말일 것입니다. '감사'라는 말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장에서 가장 부드러운 삶을 이어가게 하는 윤활유와 같은 것이요, 사막에서 간절히 찾게 되는 오아시스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냉랭하고 어색한 사이라 해도 감사의 마음이 오고가게 될 때 우리 마음은 금새 훈훈·따뜻해지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감리교의 창시자 요한 웨슬레 목사는 "감사란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자기표현"이라고 정의 했습니다.

누가복음 17장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성에 올라가기 위해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 아주 한적한 시골마을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마을에 사는 10명의 한센병 환우들이 예수님을 향해 큰 소리로 절규하기 시작합니다.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 선생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같은 절규와 간청소리를 듣고 그냥 외면할 수 없었던 예수님께서 한센병 환우들에게 "가서 제사장에게 너희들의 병든 몸, 부끄러운 몸을 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열 사람의 한센병 환우들은 제사장을 향해 갔으며, 제사장에게 가던 도중 열 사람 모두 병에서 깨끗하게 고침받는 놀라운 역사를 체험하게 됩니다.

당시 한센병은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요, 저주의 병·생을 다할 때까지 안고 살아야만 하는 치욕스러운 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치병인 한센병으로부터 전원이 한날 한 시에 고침받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그들은 과거 병마에 사로잡혀 있을 때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인생길을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들 열 사람은 한센병으로부터 완전히 고침을 받고 난 후 두 부류의 사람들로 나눠지게 됩니다. 아홉 사람의 유대인과 한 사람의 사마리아 사람입니다. 아홉 명의 유대인들은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한센병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자기의 갈 길을 갔습니다. 자신의 병마를 고쳐주신 예수님께 돌아와 아무런 응답도 화답도 감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 사마리아인은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수님께로 돌아와 감사로 화답합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아홉 사람과 같은 유대인의 길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한 사람 사마리아 사람의 길을 걷고 있는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예정하신 그 예정속에서 만세전에 택하심을 받고 때가 되어 부르심을 입은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들로서 그동안 받은 은혜와 사랑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자신을 면밀히 살펴야 할 때입니다.

가끔 주인의 사랑과 은혜에 보답하는 동물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위기에 빠진 주인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헌신하는 동물들의 숭고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미물인 동물도 주인의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자녀들로서 받은 은혜와 사랑에 보답하지 않는다면 어찌 참된 자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세르반은 "인간이 범하는 가장 큰 죄는 감사할 줄 모르는 죄"라고 역설한바 있는데 이 감사의 계절, 받은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면서 아홉 사람과 다른 한 사람 사마리아 사람의 길을 걷는 복된 발걸음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