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거제시민들이 똘똘 뭉쳐 국립난대수목원 거제 유치를 이끌어 냈다. 손을 맞잡고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준 성과다. 비록 완도와 함께 수목원 적격지로 선정된 것이지만 사실상 대상지로 선정된 거나 다름없고, 정부는 현재 타당성 용역과 기본계획을 구상중이다. 

당시 시민들은 이 수목원 거제 유치를 위해 범시민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인 유치활동에 나섰다. 서명운동을 시작한지 불과 26일만에 거제시민 24만8742명 가운데 60% 정도인 15만명 가량이 서명에 참여하며 수목원 유치를 염원했다. 당초 목표 4만명의 3.5배가 넘는 참여율이었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까지 서명에 참여했다. 자생단체들은 자진해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경남도의 지원사격 아래 거제시는 역량을 쏟으며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여야 정치권도 당적을 떠나 모두 나서 지원사격을 퍼부었다. 향인들도 가세해 힘을 실었다. 거제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고, 영향력 있는 인사라면 너도 나도 역량을 보탰다. 모두 거제시 미래 발전을 위한 한마음 한뜻이었다. 간절한 염원은 난대수목원 적격지라는 결과로 돌아왔고, 시민들은 쾌재를 부르며 환호했다. 다음 달이면 사업비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립난대수목원 조성 적지가 발표될 예정이다. 예상대로라면 2029년 완공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거제시민이 또 다시 하나로 뭉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에서 향토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반면 우선협상 사업자로 선정된 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이라는 계획적인 방산비리 사건의 당사자라는 의혹 속에서도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유사함정 설계와 건조 실적이 앞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도를 빼돌리고 불법과 의혹으로 얼룩진 현대중공업에 아주 근소한 점수 차이로 밀린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방위사업청이 현대중공업과 짜고 친 고스톱으로 사업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모든 걸 백지화하고 철저한 조사와 재평가로 제대로 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발은 사업자 선정과 동시에 불거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은 이의제기와 함께 법원에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변광용 시장도 지역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며 청와대와 관계기관에 이의를 제기하고 건의서를 보내는 등 공정한 재평가와 재검증을 촉구했다. 거제지역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일제히 부당한 사업자 선정을 규탄하며 재평가를 촉구하고 나섰다. 

거제시의회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경남도의회도 정부와 국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대우조선 노조를 비롯한 노동계는 물론 거제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인 서일준 의원은 국정감사와 의정활동을 통해 연일 강한 논조로 기밀유출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이번 사업자 선정의 부당성과 불법적 의혹들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서 의원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산 비리의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청이 KDDX 사업과 관련 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평가 기준을 변경한 사실, 기밀을 유출한 현대중공업에 방산기술의 보호체계 수립 지원을 이유로 '방위사업청장표창'을 수여한 사실 등을 지적하며  특혜를 줬다고 성토했다.

이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가 내달 초 예정인 가처분신청 판결에 따라 결론이 나고,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찮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야 어떻든 시민들은 부당하고 불공정한 처사에 분노하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서는 정쟁이나 이해타산은 잠시 접어두고, 손을 맞잡아 밀어주고 끌어주는 거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거제시민들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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