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내년에 또 온다
추석, 내년에 또 온다
  • 백승태 기자
  • 승인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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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아라'는 속담이 올해는 무색하다. 한해의 결실인 햇곡식과 햇과일이 긴 장마와 태풍 등의 피해로 가격이 치솟은 데다 코로나19로 귀성객들의 고향 방문이 역대 최저가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정부는 추석과 한글날 연휴기간 동안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가급적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2017년부터 명절에는 면제였던 거가대교 통행료나 고속도로 통행료도 유료로 전환해 귀성·여행객을 최소화하겠다는 심산이다. 벌초 대행, 온라인 성묘도 권장하며 '언택트 추석', '비대면 명절'을 원하는 모양새다.

각종 시민단체들도 '언텍트 추석 캠페인'을 벌이며 동참을 유도하고, 유교문화가 뿌리 깊은 종갓집 종손들조차 귀향·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온라인 캠페인에 나설 정도다.

거제시는 고향 방문이나 여행 자제와 방역수칙 준수를 권고하는 한편 연휴기간 중 코로나19 TF팀을 24시간 가동하며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채비를 갖췄다. 변광용 시장도 지난 15일 시민과 향인에게 발송한 서한문을 통해 "얼마나 가고 싶고, 오고 싶은 고향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안타깝지만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내어 달라"면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고향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올 추석 연휴에 20~40대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고향 방문이나 여행을 계획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여행을 계획 중인 응답자는 1%에 불과했고, 81%는 1박 이상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했다.

2016년 추석을 앞둔 조사에서는 당시 20~40대 약 50%가 귀향할 계획이라고 밝힌데 비춰보면 코로나19의 위력과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려는 의식들이 돋보인다.

여느 때와 다른 추석이 아쉽고 마음이 무겁지만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올해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오지 않아도 되고, 그것이 최고의 추석 선물이자 효도다"라는 당부의 말이 가족사랑의 한 방법이 된 세상이다. 정부가 나서 웬만하면 고향에 가지마라고 사정할 정도로 희한한 세상이 됐다. 

하지만 추석과 연휴를 안전한 미래와 생명과는 맞바꿀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하고 수험생은 입시를 치러야 한다. 취업준비생은 새출발을 해야 하고 근로자들은 가족들을 위해 생업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제하고 인내하며 참고 견뎌내야 한다. 

또 하나 틀림없는 사실은 추석은 오지 말라 해도 내년에 또 돌아온다는 것이다. 올해는 귀성길 대신 마음을 담은 귀성선물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뀌어가는 추석의 신풍속도지만 올 한해쯤은 색다른 명절을 보내보자.

한사코 고향 오지 말아 달라고 손사래 치는 마당에 안전을 위협하며 너도 나도 고향을 찾을 이유는 없다. 효도와 조상 섬기기는 고향 방문 아니라도 다른 많은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돌 때는 설·추석 등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고 한다.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연중 두 번 겪는 '민족 대이동'은 힘들긴 해도 정과 추억이 서려 있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마냥 활개치며 즐길 수 만은 없다. 극단적 표현 같지만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원치 않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예란 고정불변의 절차가 아니라 시대 상황에 맞게 물 흐르듯 따르는 지혜"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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