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진 칼럼위원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합의부는 지난 1일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이 구형된 김한겸 거제시장에 대하여 벌금 70만원을 선고하였다.

만약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거제시민은 또 다시 시장을 선출해야하는 수고를 면할 수 있게 된다.

벌금 100만원 구형(求刑)의 의미 

만약 검찰의 구형대로 김 시장에 대하여 벌금 100만원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면 김 시장은 공직선거법 규정에 의하여 당선무효가 되어 시장직을 상실하게 되고(제264조),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거의 모든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제266조 제1항).

검찰이 100만원을 구형한데 대하여 법원이 70만원을 선고 한 것은 그 금액은 불과 30만원의 차이지만 그 법률적 의미는 천양지차이다.

검찰이 100만원을 선고하여 달라고 법원에 의견을 낸 것은 검찰은 본건 범죄가 거제시장이 당선무효가 됨은 물론 향후 5년간 거의 모든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고 볼만큼 중차대한 범죄로 판단한 것을 의미한다.

반면 법원은 본건 범죄가 유죄임은 맞으나 위와 같은 정도의 제재를 가하여야 할 만큼의 중대범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과 법원의 판단중 어느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인가. 물론 본건이 그대로 확정될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필자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서 본건에 관한 한 검찰의 결정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결정의 문제점

첫째, 검찰이 본건을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은 아니더라도 신의칙(信義則)에 반한다.

왜냐하면 본건은 이미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조치로 끝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가 선관위의 선행조치에도 불구하고 그 고유의 공소권을 행사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선거범죄에 관한 한 제1차적인 관할기관이며 엄연한 헌법기관인 선관위에서 경고로 끝낸 사건을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검찰에서 기소하는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모순적 행위로서 선뜻 수긍이 되지 않는다. 

둘째, 검찰이 거제시장에 대하여 당선무효형을 구형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본건의 내용은 2006. 3. 16. 한나라당 거제시장 공천경쟁자들이 모여 당헌ㆍ당규에 따라 공정하게 공천을 해달라는 취지의 건의서를 만드는 자리에 다른 곳에서 공무를 수행하던 거제시장이 연락을 받고 합석하여 마침 점심시간이라 그 비서가 점심값 161,051원 계산한 사안이다.

바로 그 정도의 사안으로 거제시장직을 상실해야한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은 검찰의 양형에 대한 균형감각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공직선거법상 위 행위도 기부행위의 범주에 들어가고 그래서 법원도 유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렇더라도 누가 보아도 그 정도면 당선무효감이라고 납득할 만한 그런 사정이 있다면 몰라도 위와 같은 정도의 사안으로 20만 거제시민의 시정을 담당하는 거제시장직을 상실시키라는 구형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셋째, 검찰은 그 영향력과 막중한 지위를 스스로 과소평가하고 있다.

검찰이 본건 법원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할지는 며칠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약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검찰은 본건을 통하여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킨 셈이다.

벌금 100만원 구형을 통하여 거제시장직을 상실시키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여 놓고도 이를 거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항소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금반언(禁反言)의 원칙에 반한다.

뿐만 아니라 그 수용여부에 따라 거제시정의 공백과 20만 거제시민들에게 3회 연속 민선시장에 대한 재ㆍ보궐선거의 악몽을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요구를 해 놓고서 이를 거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킨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넷째, 검찰은 결과적으로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한 셈이다.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 어느 나라의 검찰보다도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권력기관이다.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공소권뿐만 아니라 범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형법 제51조 소정의 정상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권한, 즉 기소유예권한이 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 본건 이야말로 검찰이 바로 이 기소유예권한을 행사할 만한 사안이 아닌가 한다.

털어서 먼지를 기소해서야

이 사건을 처리한 검찰의 문제점은 한마디로 검찰이 자신의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한데 있다. 즉 본건의 경우 위에서 살펴본 제반사정에 비추어 기소유예권을 행사해야 마땅함에도 그 반대로 공소권을 기계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대부분 독일의 법체계를 수용하였으면서도 독일의 기소법정주의와 달리 기소편의주를 채택함으로써 검찰에게 준사법기관(準司法機關)으로서의 지위와 동시에 막강한 재량권, 즉 기소유예권한을 주고 있다.

검찰에 기소유예권을 부여한 것은 ‘검찰은 거악(巨惡)을 척결하여 정의를 세우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되 사소한 잘못은 용서해 줄 줄 아는 관대함도 지니라’는 국민의 명령이 제도적으로 반영된 것이리라! 물론 ‘공직자는 털어도 먼지가 안 나야 한다’라는 것이 이 시대의 요청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털어서 먼지를 기소해서야 되겠는가! 검찰은 향후 국민이 위임한 제반권한을 겸허한 마음으로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게 행사함으로써 진정한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검찰이 ‘사소한 잘못을 들춰 내야하는 서글픈 직업을 가진 안타까운 사람들의 조직이 아니라 선과 악에 대한 분별심, 균형감각과 책임감을 갖춘 정의의 집행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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