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조선협력사와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삼성·대우 양대조선소가 중국 법인공장의 블록생산을 과감히 중단하고, 이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는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론의 힘을 얻고 있다. 

이 주장은 성내공단협의회 이성신 회장이 지역언론사 기고를 통해 밝힌 내용으로 수주절벽과 일감고갈로 인해 대규모 인력감축을 앞둔 조선협력사 입장에선 귀가 솔깃한 말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온 말이지만 조선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젠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는 것이다. 조선업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조선도시 거제는 조선업이 불황이면 경제도 덩달아 직격탄을 맞는 경제구조다.

일감부족으로 인한 인력감축은 지역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무너뜨리고 조세수입도 감소시킨다. 이는 또다른 경기하락의 요인이 되고 실업률을 더욱 부추긴다. 노동자의 거제 이탈현상까지 심화시켜 지역공동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그래선 안된다. 이에 거제시는 노·사·민·정이 고통을 분담하는 '거제형 일자리 모델'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양보와 협의체 구성, 상생협약안 도출과 펀드조성, 정부의 모델 선정 등 걸림돌과 해야 할 일도 많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더라도 이미 인력감축이 시작된 마당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늦었다고 포기할 이유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더 늦기 전에 용기내 도전해야 한다.

이성신 회장의 기고에 따르면 일감고갈로 거제지역 공장들이 텅텅 비었다. 지금은 정상 가동하는 공장보다 쉬고 있는 공장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양대조선소가 중국 법인공장을 철수한다면 거제로서는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다.

중국으로 가던 일감이 거제로 들어오면 일감고갈에 허덕이는 수많은 조선협력업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근로자들의 고용유지 문제도 단숨에 해결된다.

삼성·대우 양대조선소는 그동안 중국 영파와 영성, 연태에 모두 4개의 법인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파격적인 지원정책과 값싼 노동력으로 국내와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까지 가서 블록을 생산했다. 그러나 이젠 중국정부의 지원정책은 대부분 사라지고 인건비 또한 국내와 별반 차이가 없어 중국 법인공장의 경쟁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다. 품질이나 납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물류수송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수십년 동안 운영해 오고 있는 중국 법인공장의 철수를 조심스럽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법인공장 물량을 국내로 가져와 국내 조선협력사들에게 공급함으로서 아사직전에 놓인 업체들을 구제해야만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너무 늦어 조선협력사들이 일감이 없어 고사하게 된다면 향후 일감이 생겨도 숙련공 등 조선 인력이 없어 배를 만들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도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국 법인공장에서 쉽게 철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국가가 나서 문제가 풀리도록 지원하고, 하루빨리 물량들이 국내로 이관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중국 법인공장 물량 약 45만톤이 국내로 들어와 공급만 된다면 거제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 업체들도 골고루 일감을 확보함으로서 사업주도 살고,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서 벗어나게 된다. 조선소와 협력사 그리고 지역과 노동자가 공생공존 할 수 있는 통 큰 결단과 실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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