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올해 현재까지 남부면에서는 단 한 명의 아기도 태어나지 않았다. 지난해는 고작 두 명이 태어나 우렁찬 첫 울음소리를 내며 거제시민임을 알렸다. 

둔덕면에서는 올해 그나마 1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출산율 저하로 1년 동안 신생아 수가 10명도 안 되는 면지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언제부턴가 시골 골목에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변화된 시대·문화적 이유라고 탓할 수도 있지만, 동네 곳곳에서 메아리처럼 울리던 아기울음도 이젠 듣기 힘들어졌다.

젖 달라고 보채는 정겨운 울음소리가 사라진 자리는 노부부와 독거노인이 대신하고 있다. 간혹 맞벌이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노인들도 있지만 아이가 돌아가는 저녁이 되면 공허함만 커질 뿐이다.

현 시대는 경제적이든 물질적이든 모든 것이 풍부하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입에 풀칠하면서 보릿고개를 견뎌야 했던 선대들에 비할 문제는 정녕 아니다.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기 힘든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서도 살기 좋은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보릿고개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대들은 3대가 어우러져 생활하며 고락을 함께 견뎌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이불 속에서 장난치다 꾸중 들으며 기나긴 담뱃대로 뒤통수를 맞을 뻔 했던 기억이 나고, 잘 익은 홍시를 건네받아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난다.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아이들의 재롱으로 웃음과 행복이 넘쳤고, 힘든 일은 함께 부대끼며 이겨냈다.

그런 덕에 국가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코로나19 대응에서는 선진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대형조선소가 있는 거제는 조선업 활황에 힘입어 그동안 전국에서도 잘 사는 도시 중 하나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그런데도 거제의 저출산 문제는 날로 심화되어 왔고, 인구도 조선업 불황과 함께 4년 이상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형편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것보다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만 심어주면 혼인율이 증가하고 저출산 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셈이다.

거제시도 결혼·출산·양육에 드는 고비용의 사회구조와 조선경기 불황에 따른 실업난으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가정해체 등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젊은층 인구 감소는 출산율 저하로 귀결된다고 분석했다. 가장이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현저히 감소함에 따라 여성의 경제활동이 점차 증가되면서 임신 및 출산, 육아·보육 등의 저출산 문제가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개인의 가치와 욕구 실현을 우선하는 미혼과 만혼 트랜드에 편승한 가치관 변화,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 힘들게 만드는 조직 문화 또한 혼인과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쏟아지는 예산과 정책에도 인구는 오히려 감소하는 현실이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미래세대를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어느 한 가정의 자녀가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고 굳건히 해줄 새로운 구성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정을 꾸려 살 수 있는 집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고, 보육과 교육은 국가와 사회에서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일하면서 언제든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고, 질 좋은 일자리가 많아진다면 다시금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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