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행락철을 맞아 거제시내 친수공간(일명 수변공원)이 캠핑족들로 북적인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능포항 수변공원은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카라반과 텐트 등으로 가득 찰 정도다.

지세포항과 구조라항 친수공간 등에도 다양한 캠핑족들이 몰려와 여가를 즐긴다. 거액을 들여 조성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경치에 무료인데다 음수대·화장실·주차장 등 각종 휴게·문화시설이 갖춰져 있어 충분히 그럴만하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시민 모두를 위해 만든 친수공간이 얌체 캠핑족들로 인해 이미지가 훼손되고, 무질서와 몰염치가 난무해 무법천지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일삼는 고성방가는 물론 주위를 배려하지 않는 취사행위, 아무 곳에나 버려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쓰레기, 인근 도로까지 점령한 불법 주차 등으로 몸살이 날 지경이다.

가장 큰 꼴불견은 살림집 마냥 장기간 설치된 텐트와 카라반 등이다. 전망 좋고 시설을 이용하기 좋은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텐트와 카라반 등을 설치해 놓은 뒤 사용하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하는 일명 알박기다. 안에 사람이 없다고 해서 유령텐트와 유령카라반으로도 일컫는다.

이들 알박기 캠핑족들은 야영에 적당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장기간 텐트 등을 설치해 두고 별장마냥 드나들며 개인공간으로 악용한다.

몇 개월째 카라반과 텐트 등을 설치해놓고 수시로 오가며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민원이 제기돼 출동한 공무원이 철거를 요구하면 '개인재산에 함부로 손대면 곤란하다'는 협박까지 일삼는 몰상식한 캠핑족도 있다. 

화기사용 금지구역을 불문하고 취사행위를 일삼는가 하면 장작까지 들고 와 불을 피운 후 뒤처리마저 제대로 하지 않아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잔디밭에서 화기를 사용해 잔디를 훼손시키기도 한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고성에 술판을 벌이는 추태로 인근 야영객들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한다.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쓰레기가 비닐봉지나 종이박스에 담겨 여기저기 쌓여 있다. 먹다 남은 음식국물은 구석진 아무 곳에나 버려지고,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이용객은 드물다. 이로 인해 악취가 진동하기도 한다. 거제시가 전담인력을 배치해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쏟아지는 쓰레기를 제때 처리하기는 역부족이다.

캠핑카와 카라반, 텐트가 친수공간을 점거하다시피 하면서 공중도덕과 배려와 기초질서는 사라져 가고 있다.

능포동 한 시민의 경우 집 앞에 있는 수변공원에 갈 때마다 일부 몰지각한 캠핑족들 때문에 화가 나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가지 않는다고 하소연 할 정도다. 상황을 대변하듯 인터넷 국민신문고에는 매주 5~6건의 유사한 민원이 올라온다. 귀찮아 신고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민원까지 합하면 부지기수다.

하지만 알박기 주차와 유령텐트 설치를 지도·단속할 마땅한 법규정이 현재로선 없다. 수변공원이 관광지가 아니라 어항구역에 포함돼 어촌·어항법에 적용되는 친수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질서를 해치고 다수의 이용객에게 피해를 준다면 당연히 엄격히 제지해야 한다. 법규정이 없으면 적용할 법을 찾고 만들면 된다. 조례 제정을 통해 얼마든지 단속하고 통제할 수 있다. 캠핑카 등의 알박기 장기주차에 대해서는 주차료를 징수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쓰레기 처리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일이고 내부 규정을 만들어 장기간 방치한 설치물을 강제 철거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일이다. 그래야만 시민 모두를 위한 친수공간이 얌체 캠핑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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