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지역경제 부활 기대...부동산 시장에도 활기

삼성중공업(사진 왼쪽)과 대우조선해양 전경.
삼성중공업(사진 왼쪽)과 대우조선해양 전경.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와 23조6000억원대 LNG선 운반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제가 모처럼 들썩인다.

이번 약정이 정식 수주로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확실시되면서 조선업계는 그동안의 부진을 단박에 털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제시민들은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향후 몇 년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조선업 고용 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가고 있다.

특히 전체 인구의 70%가 조선업에 종사할 만큼 지역경제의 의존도가 큰 거제시의 기대가 크다. 이번 약정이 산업 전반의 고용 확대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크게 반기는 분의기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약정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페이스북 등 각종 소식통을 통해 축하와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며 거제시민과 함께 자축했다.

변 시장은 “코로나19, 조선산업 위기로 힘들어하던 거제시민들에게 모처럼 기쁜 소식이 카타르에서 들려왔다”며 “조선산업이 흔들림 없는 거제 100년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하도록 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환중 거제상공회의소 회장도 “조선소 일감이 줄어 감원바람이 이는 시점에 들려온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라며 “100척 중 절반 이상이 거제로 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같은 낭보에 거제 부동산 시장도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은행 이자율 하락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수도권 투자자들의 부동산 매입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공인중개사 A(57)씨는 “최근 조선업 시장이 좋아지면서 거제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었는데 대규모 조선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수도권에서 거제 부동산을 찾는 문의전화도 늘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 관련 일을 하는 B(55)씨는 “평소 거래하던 수도권 지인들이 부동산 투자처를 상담하는 문의전화가 갑자기 늘었다”면서 “이미 서울의 한 투자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2027년까지 LNG선 100척 발주 예상, 23조 6000억원 규모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LNG 운반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Deed of Agreemen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QP는 이를 토대로 2027년까지 한국 조선 3사로부터 100척 이상의 LNG선을 공급받는다. 계약 총액은 700억 리얄, 한화로 23조 6000억여 원 규모다. 역대 LNG선 프로젝트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이번 약정은 LNG선을 정식으로 발주하기 전 선박 건조에 필요한 도크(공간)를 확보하는 계약이다. LNG선을 건조하게 되는 발주 계약이 아니지만 그동안 약정 체결이 대부분 발주 계약으로 이어진 선례에 따라 본 계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선 3사는 올해 말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정식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선박 인도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은 정식 계약 때 결정된다.

업계 “한국 조선산업이 이룬 쾌거”…연차 발주 등으로 대규모 고용유발은 한계

약정서 비밀유지 합의에 따라 업체별로 할당된 계약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개 조선사 중 2개가 위치한 거제에 단순 계산만으로도 3분의2 이상의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타르가 2000년대 초반 53척의 LNG선을 대우조선해양에 26척, 삼성중공업에 19척, 현대중공업에 8척을 나눠 발주한 사실을 감안하면 더 많은 물량이 거제로 오게 될 수도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1년에 7조∼8조원가량의 선박을 수주한다. 아직 조선사별로 몇 척씩 나눠 수주할지 알 수 없지만, 정식 계약이 된다면 거의 1년치 수주액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조선 불황에 따른 가혹한 조선업 구조조정 시련과 수주 절벽을 겪었고,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수주가 주춤한 가운데 이뤄진 초대형 계약이어서 거제시민들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해양플랜트와 달리 LNG선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도 건조가 가능하고 연차적으로 발주해 대규모 고용 유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형운 거제시 조선경제과장은 “카트르발 LNG선 대량 수주에 따라 조선업계 문제로 대두된 기술인력 유출문제가 해소되고, 하청노동자의 대량 실직 사태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반기면서 “지역상권도 크게 활성화돼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은 “조선 경기 침체로 어려운 지역경제에 희망적인 소식이다”며 “이번 계약이 실제 건조로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마른 논에 물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면서 “조선업 침체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친 암울한 분위기를 한꺼번에 씻어줄 천금같은 소식”이라며 반겼다.

삼성중공업 관계자 역시 “한마디로 한국 조선산업이 이룬 쾌거”라며 “이번 계약이 대규모 LNG선 건조를 검토중인 다른 선사들의 발주계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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