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 야 야들아 내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넋두리처럼 불렀던 노랫말이지만 언제부턴가 지역사회가 요지경 세상으로 변한 것 같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은 둘째로 치더라도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신천지교회 총회장인 이만희의 '가짜 박근혜 시계'까지 나돌면서 메인뉴스를 타고 있다. 거짓과 허위에 눈귀가 쏠리고 상식이 아니라 몰상식이 만연한 요지경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패닉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와중에 최근 거제시에서 발생한 가짜 마스크 사건을 보며 어쩜 이렇게 요지경이란 노래가사가 잘 들어맞는지 놀랍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폭증하는 엄중한 상황인데도 때를 틈타 가짜 마스크로 이득을 챙기려는 장사치 같지 않은 사기꾼이 활개를 친다는 충격이다.

이 사기꾼은 함량미달의 불량 마스크를 납품업체에 팔았고,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애먼 납품업체는 거제시와 계약을 맺고 이 마스크를 6만장이나 납품했다.

이에 시는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헤아려 긴급회의까지 소집해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마스크를 순식간에 배부했다. 그러나 마스크가 불량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긴급회수에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고, 성분조사 결과 함량미달의 불량품으로 확인됐다.

이미 이 납품업체는 사기꾼에게 1억이 넘는 거액을 지불했고, 거제시로부터는 계약해지의 위약금만 물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

경찰의 수사로 사기꾼은 처벌되겠지만, 돈의 노예가 돼 목숨을 담보로 목숨 같은 마스크값을 챙기고 희희낙락했을 그들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 구하기 힘든 마스크를 구입해 취약계층에 무료로 배부하려던 거제시의 발 빠른 행정과 시급성을 생각해 예비비를 선지출 하려한 시의 순수성은 나무랄 수 없다. 6억원이라는 거액의 혈세로 마스크를 구입해 한 시간이라도 빨리 시민에게 나눠주기 위해 밤을 새워 분류하고 전달한 공무원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헛웃음마저 나온다.

망신살은 이미 전국에 뻗쳤지만 그나마 가짜를 일찍 찾아내고 신속히 대처했으니 불행 중 천만다행이다. 마스크는 가져왔지만 돈은 건너가지 않았다니 또한 다행이다. 하지만 거제시와 시민들이 받은 상처와 불신은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공무원들은 가짜 마스크 사건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또 밤낮없이 마스크 공장을 찾아다녀야 했고, 배부한 마스크도 회수해야만 했다. 잘 하려했던 일인데 결과는 오히려 피해와 상처로 돌아왔다.

요즘은 가짜 뉴스, 가짜 논문, 가짜 상, 가짜 한우, 가짜 명품가방 등등 가짜와 거짓말이 난무하며 되레 가짜가 진실인양 세상을 오도한다.

옛 속담에 '급하면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까'라는 말이 있다. 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했다. 아무리 급해도 순서에 따라 해야 하고, 무슨 일이든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안전하고 실패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이 같은 가르침은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라면 깊이 새겨야 할 덕목이다. 특히 그 공무가 국민과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한 일이라면 한 치의 그르침도 없어야 한다. 아무리 급하고 긴요한 일이라지만 세밀히 따져보고 태산처럼 숙고해 결정해야 한다. 또 결정된 일이라면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공사(公事)를 이뤄내야 한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 며칠 밤낮을 공장 앞에서 입씨름했다는 한 공무원이 전한 "저 오늘 마스크 못 사면 거제 못 내려가요"라는 말이 서글프면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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