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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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망우보뢰(亡牛補牢)'가 있고, 중국에는 '망양보뢰(亡羊補牢)·양을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리나라는 소(牛), 중국은 양(羊)이라는 동물로 바꿔 쓴 비슷한 한자성어인 것 같지만 정반대의 해석을 갖고 있다.

'망우보뢰'는 이미 일이 잘못된 뒤에 후회하고 손을 써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인 해석을 가지고 있고, 중국의 '망양보뢰'는 '이미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망양보뢰'는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의 충언에서 유래했다. 양왕이 사치하고 음탕한 생활을 하자 과잉 충성하는 신하를 멀리하며 사치스런 생활을 그만두고 국력과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 돼줄 것을 충언했다. 그러나 양왕은 장신의 충언에 욕설을 퍼붓고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장신은 결국 조(趙)나라로 떠났다.

이후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입해 패배한 양왕은 그때서야 장신의 충언이 옳았음을 알고 그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장신은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고 답한 것이다.

인간에게 친근한 소와 양, 두 마리의 가축이 똑같은 의미로 쓰였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부정적인 뜻이고, 중국은 실패나 실수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해석됐을까? 이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 같다. 원인분석과 책임을 따지고자하는 우리민족의 습성 때문이거나, 아니면 결과만 중시하는 풍조에서 부정적인 의미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웃을 것이 아니라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하는 시급한 문제들이 많다. 거제시 또한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쳐야하는 문제가 시급하다.

얼마전 거제지역 무면허 의료행위로 결핵균의 일종인 '마이코박테리아'에 감염된 사람이 60여명이나 발생했다. 병원은 의료과실 등으로 고소됐지만 피해자들은 과대광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수시로 단속하지 않은 거제시보건소에 책임을 묻고 있다. 거제시보건소는 이 사건에 어떤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지, 차후 이런 과대광고,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위해 어떤 대처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

또 동부지역 석산문제는 더 시급한 상황이다. 불법투기된 석산 슬러지 하천유입으로 산양천과 거제만의 생태계가 위협당하고 있음에도 어느 부서,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기에만 급급하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인근 주민들은 동부 채석단지는 판넬건물 안에서 골재를 생산하고 침사지를 댐식으로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행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생산된다. 모래생산은 주민과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다.

석산에서 모래를 생산하려면 폐수침전조가 필요하며 폐수를 침전시키기 위해서는 화학약품이 사용되고 침전된 토사·미분은 화학약품이 함유된 채 필터 프레스로 압착, 슬러지를 배출하게 된다. 배출된 슬러지(무기성오니)는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어 사업장폐기물이나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이면 지정폐기물로 분류돼 폐기물 저장소에 별도 보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거제시는 이런 석산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실패와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석분이냐 폐기물(무기성오니)이냐를 따지기 전에 파괴된 하천을 복원시키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데도 부서에 잘못만 떠넘기며 사업자편을 드는 꼴만 보인다.

어디 거제시에 외양간을 고쳐야 할 때가 한두 군데인가. 부디 시는 소나 양을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늦지 않다는 말을 되새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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