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제18회 평화·통일 독서감상문 공모전 - 일반부 장려상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권정생 作

홍영미
홍영미

아버지가 태어나던 해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쓴 책이었다. 바위에 희끗희끗 남아 있는 눈이 녹고 응달쪽 소나무 숲 사이로 분홍빛 진달래가 피어 있는 골짜기에 소쩍새가 소쩍 소쩍 구슬프게 울고 있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여름철에는 구룡사의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물이 볼만하고,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이 특히 장관인 치악산.

치악산 골짜기에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가 누워있다. 책에서는 30년 전이라지만 지금으로부터 약70년 가까이 이곳에 묻혀 있던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가 전쟁이 일어난 이유와 아픔을 이야기하고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안도 대동강 근처가 고향인 오푼돌이 아저씨는 모란봉 부대 소속 인민군이었다. 전쟁 중 국군이 쏜 총에 맞아 가슴에서 많은 피를 흘리며 사망했다. 그때 인민군들은 전쟁을 하다가 남쪽에서 많이 죽었다. 그래서 고향인 북쪽으로 영원히 못 돌아가는 신세가 됐다. 오푼돌이 아저씨가 말했다. 인민은 인민을 위해 싸웠는데 모두 죽었고 국군들은 자기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인민이나 국군이나 모두 가엾다고 이야기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동생 옥이와 함께 살던 앵두나무와 함박꽃을 피우던 초가집. 그곳은 곰이의 고향 함경도이다. 연세 많으신 할머니만 두고 가족들과 아홉살에 살려고 피난 나왔지만 폭격을 맞고 쓰러지면서 사망했음을 매우 슬퍼했다. 곰이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 부모님의 생사를 걱정하며 고향에 가셨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랬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한국전쟁에 비유하며 호랑이 두 마리가 오누이를 한 명씩 물고 가는 장면이 어린시절에 할머니가 불러주던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 속지마라, 일본놈 쳐 들어오니 동네사람 조심하세'처럼 우리 한반도를 넘겨보고 도와주는 척 했던 비유가 너무도 적절하게 잘 표현돼 있어 가슴이 아팠다.

1951년 1월 강원도에 있는 치악산에서 많은 인민군과 국군이 죽었다고 한다. 그때 죽은 인민군과 국군들, 지금 모두 어떻게 됐을까?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우들의 사체를 어떻게 할지 당황하고 있는데 다행히 펑펑 쏟아진 눈이 전사들을 따뜻하게 덮어줬다고 한다.

지금 그곳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아픔의 흔적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오푼돌이 아저씨와 곰이는 지금도 달밤이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까?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하동국 진교면 월운리 내 어린시절 친구들과 함께 부르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전쟁에서 살기위해 치열했던 가사가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불렀는데 참 가슴 아픈 역사의 노래였다고 생각하니 미안함도 생긴다.

이 책을 읽고 기억속에 저장하고 있던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가 자동으로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동무들과 뛰어놀던 그곳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가 흥얼거려져 눈물이 났다.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왔다. 이 노래는 가지 못하고 갈 수도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너무도 슬픈 노래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서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 전쟁의 아픔을 직접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학창시절부터 배워왔던 역사와 책을 통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소리없는 전쟁속에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국민들과 실향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통일에 대한 찬반.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애써 중립이라고 하자. 하지만 지금의 나와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길이 그것이라면 그 선택에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통일을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을 것 같다.

강한 바람과 굵은 비를 몰고 온 태풍 타파가 오늘 새벽 우리나라를 빠져 나갔다.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다쳐 죽었다. 태풍에도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많이 생기는데 절대로 다시는 전쟁과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선조들이 피로 지켜온 이곳을 우리들의 아이들이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평화로운 통일을 간절히 바라본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평화의 통일을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맞이 하고 싶다. 우리의 소원은 평화통일이다. 대화로 평화롭게 통일을 맞이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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