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달석 (종이에 수채/63㎝×42㎝·1963)

1960년대 초기작인 양달석 화백의 '소나기.1963'은 소나기를 피해 소의 배 아래로 들어앉았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을 표현한 작품이다. 내리는 소낙비를 피하기 위해 나뭇잎을 머리에 올린 아이들은 어느새 소 배 아래에 나란히 머리를 숨기고 있거나 아예 들어앉아 있는 장면을 천연덕스럽게 표현했다.

자연에 대한 세계관을 잘 드러낸 이 작품은 이후 그의 작업에 중요한 모티브가 돼 작가 양달석을 낙토의 작가, 농촌을 이상향으로 묘사한 작가, 현실감이 떨어진 작가로 평가하는 시발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같은 시기의 낙원은 아이들이 염소나 토끼를 등에 올리거나 물구나무 등을 하며 자연과 하나가 돼 노는 모습을 담담하게 스케치로 표현했으며, 노래하는 새와 피리를 부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작가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다.
농촌에서 자랐던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는 친근함을 줄 수 있는 이 장면은

삶에 찌들고 시절의 풍파를 겪은 작가가 자연속에서 살아가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으로 추측된다.

자연과 티 없었던 동심에 대한 헌사는 1960년 이후로 계속 이어져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보다 비현실적인 자연의 유토피아의 표현을 통해 이전의 작품들과는 기조가 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글 : 권용복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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