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날씨가 쌀쌀해지며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면 거제도 동북부 주변의 어촌이 분주해진다. 겨울철 '맛의 진객' 대구잡이를 위한 그물채비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대구잡이는 10월 중순경부터 시작돼 다음해 2월 초순경까지 이뤄지지만, 요즘은 해양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는 추세로 11월 중순 이후라야 첫 대구포획 소식이 전해진다. 올해도 대구가 늦게 찾아와 11월 중순이 지나면서 1~2마리 정도가 경매에 올라온다고 한다.

대구는 북쪽의 한랭한 깊은 바다에 군집하며, 생김새는 명태와 비슷하지만 눈과 입이 크고 위턱이 아래턱에 비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주 산란기는 12∼2월 사이로 태어난 곳을 찾아 회유하며, 연안의 얕은 곳의 모래밭이나 암초·수초 등에 체외수정으로 알을 낳고 부착시켜 부화해 어린 치어가 된다.

우리나라 연해에서 나는 대구는 동해산과 서해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해 계통은 동해 계통에 비해 크기가 작아 왜대구라 칭하고 있다. 이들은 산란기와 어획기도 조금씩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동해계통의 대구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이 거제도의 외포를 비롯한 진해만 연안해역이다.

예부터 우리나라 연안을 삼면으로 보아 명태가 동해안, 조기가 서해안을 대표하는 어류라면, 대구는 남해안을 대표하는 어류라고 할 수 있었다. 대구는 일찍부터 여러 곳에서 많이 어획됐으며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어류였다. 주로 소금을 넣지 않은 건제품, 즉 통대구로 가공해 애용했고, 알이나 내장으로 담근 젓갈이 고급식품으로 취급받아왔음을 알 수 있다.

외포에서는 소금을 뱃속에 채워 넣고 말려서 '약대구'라는 이름의 통대구를 만든다. 이 약대구는 보신용으로 먹는 귀한 영양식품이다. 그 밖에 국을 끓이거나 구워서 먹기도 하며 생선회로도 일품이다. 특히 쌀쌀한 겨울 날씨에 떡국 한 그릇은 일품이라 할 수 있다.

대구는 외포를 비롯한 진해만 주변 어업인의 가장 큰 소득 어종으로 자리하고 있어, 포획 철이면 외포를 비롯해 진해만 전역이 어장선점과 확보 문제로 술렁거린다. 계절성 어류를 포획하기 좋은 어장구역을 선점하기 위해 각 업종마다 자리다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진해만 주변에서 생산되는 겨울철 계절성 어류로는 주로 물메기와 대구·아귀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이 어류들은 진해만 전역에 분포해 어획되고 있어 포획구역이 중복될 수밖에 없고 어장자리 다툼은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진해만의 대구 및 계절성 어족 자원의 지속적 생산력과 생계소득을 위해서는 어업인이 꼭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철저한 어업질서 확립과 자원의 자율적 관리를 위한 어업인간의 상호 협력이다.

첫째, 서로 관계되는 자망·통발어업 등과 대구호망어업의 어장선점 갈등 해소를 위한 상호 특단의 원칙 있는 협력적 노력이 필요하다. 짧은 기간 동안 머물다가는 대구 등의 계절성 어류를 업종별로 다툼 없이 서로 협력하며 어획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간다면, 모두가 함께 잘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업종간의 협력 원칙을 깨고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둘째, 자원의 지속적 생산력 유지를 위한 자율적 어업질서 확립과 해양환경 보호다. 대구는 회귀의 본능을 가지고 있는 생물 집단으로 자원의 한계점을 벗어난 포획과 생육적 해양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구자원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불법매립·산란지 훼손·오염원 유입)의 차단과 자원조성·어업질서 확립 등은 어업인 스스로가 앞장서서 지켜줘야 할 대단히 중요한 일들이다. 특히 무분별한 싹쓸이 조업행태는 자원고갈의 원초로 금지해야할 행위다. 협소한 어장구역이지만 서로 욕심 내지 않고 어족자원의 철저한 보존원칙을 지키면서 자율적 어업질서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 소득증대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구를 비롯한 어족자원은 무한한 자산이 아니며, 개인의 자산도 아니고 공공의 자산이며, 후대에게 물려주어야할 인류적 유산이다. 어류를 잡을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잡는 것은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대구자원을 보존하면서 어업인들의 소득향상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서 대구채포 금어기를 조정하려는 노력을 기하고 있다. 정부의 바른 정책이 하루빨리 제·개정될 수 있기를 바라며, 따라서 관계 어업인들도 어업질서를 잘 지켜 정부의 정책 결정에 도움 되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올 연말 풍어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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