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거제시민 모두가 염원했던 국립 난대수목원 거제시 유치가 사실상 확정됐다. 현장평가와 서류평가를 통해 대상지 적정성심사를 벌인 산림청 평가단이 최근 난대수목원 후보지였던 거제와 완도 2곳 모두를 국립 난대수목원 조성지로 적정하다고 판정하고 해당 지자체에 통보했다.

장기간 침체된 경기 속에 날아든 낭보에 시민들은 환호했고 모처럼 생기 감도는 웃음을 머금었다. 시민 모두가 뜻을 모아 한목소리로 외쳤던 수목원 조성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기대도 부풀었다.

그동안 시민들은 거제시를 주축으로 수목원 유치에 혼신의 힘을 실어왔다. 2009년부터 국립 난대수목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올해 초기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에 본지는 이 수목원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지역 도·시의원들도 5분자유발언 등을 통해 수목원 거제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3월 봄기운이 무르익자 수목원 유치 움직임도 수면 위에 떠오르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미 거제시는 내부에서 행정절차를 하나하나 준비해오고 있었다. 수목원 유치를 위한 첼린지 운동이 이어지고 7월에는 400여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범시민 추진위원회도 출범했다. 거제시민은 물론 향인과 인근 지자체 및 경남도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거제시도 유치운동에 사활을 걸었다. 1000억원이 넘는 국비가 지원된다는 매력에다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이자 유산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봄부터 서서히 타오른 불씨가 확산되더니 범시민 서명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불과 26일 만에 14만7871명이 서명했고, 이후에도 2만명 가까이 서명에 동참해 최종적으로 16만7694장의 서명날인을 받았다. 거제시 인구라 25만 정도이니 64%가 서명하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유치원 고사리손들까지 손편지를 써 관계부처에 전달하며 수목원 유치에 힘을 실었다.

지역과 계층과 정파를 떠나 반목과 갈등을 접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한목소리에 시민 모두가 힘을 보탰다. 그러기에 난대수목원 유치는 거제시민의 손으로 이뤘고, 거제시민의 힘으로 얻은 쾌거이자 승리였다.

이젠 착실히 준비하고 연구해 최고의 수목원이 탄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현·옥포동의 도시재생 선도지역 선정에 이은 또다른 쾌거가 침체된 경기로 기죽어 있던 시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싹틔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오랜만에 날아든 낭보에다 안타깝지만 훈훈한 미담도 전해져 세상사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78세 할아버지를 위해 이웃들이 나서 벼 수확을 마쳤다는 소식이다. 고령의 나이에 연초면 다공에서 수천평의 벼농사를 짓던 이 할아버지는 최근 농사일을 마치고 오후 늦게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가다 무면허 운전자의 뺑소니차량과 충돌해 숨졌다. 수확한 벼를 집 창고로 옮기기 위해 경운기로 실어 나르던 중 사고가 난 것이다. 뺑소니 운전자는 뒤늦게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이웃들은 이 할아버지 죽음으로 그동안 재배한 4000평 가량의 벼를 아직 수확하지 못한 것을 알고 내 일처럼 나섰다.

주민들과 연초면사무소가 뜻을 모아 콤바인 등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이틀에 걸쳐 추수를 무사히 마쳤다. 홀로 남겨진 할머니의 손이 가지 않도록 수확한 벼를 수매장으로 바로 옮겨지도록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고인이 수확을 못 끝내서 마음의 짐이 클 것인데, 이젠 안심하고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는 수확에 참여한 70대 주민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