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실레(Egon Schiele·1890~1918)
(캔바스에 유화 / 99 × 119cm / 1914)

사람하나 등장하지 않는 마을에 형형색색 널려있는 빨래는 소박하고 즐겁게 사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그림은 빨랫줄에 걸린 빨래가 바람에 날리는 듯 하는 사실적인 정경의 묘사가 아닌 작가 자신의 내면을 충실히 반영한 정서적인 그림이라 볼 수 있다.

평화롭고 소박한 마을의 모습이 원근법을 무시하고 집을 수직으로 포개어 그린 특유의 방법으로 표현되어 작가의 특성이 강력하게 반영된 그림으로 ‘구스타프 클림트’와 함께 20세기 오스트리아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에곤실레가 어머니의 고향인 크루마우에서 그린 명작이다.

인체의 왜곡, 독특한 구도와 색채, 에로틱하며 묘한 심리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초상화와 자화상을 많이 그린 에곤 실레는 수직적이며 뚜렷한 윤곽선,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풍경화로도 유명한 화가이다.

그는 1890년 오스트리아 ‘툴른’시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미술적 재능이 뛰어나 이를 알아본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으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뒤늦게야 삼촌의 도움으로 비엔나 예술학교를 다녔지만 보수적인 학교분위기에 반발하여 이내 자퇴를 하고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미술 그룹을 만들어 전시활동을 이어갔다. 드로잉이나 스케치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에곤실레는 누드 작업을 많이 했다.

세간의 몰이해와 오해를 견디는 일은 그에게도 몹시 힘든 일이였으나 특유의 윤곽선이 돋보이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점차적으로 개성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 마침내 작가로서의 역량을 크게 인정받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가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1918년 임신 6개월이였던 그의 아내 에디스 함스가 유럽에서만 2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으로 죽었고 그로부터 3일 후 에곤실레 역시 생을 마감했다.

28년의 시간, 너무나 황망하게 끝난 삶이지만 그가 남긴 3000여점의 작품들을 통해서 그의 시간이 결코 짧기만 한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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