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가 다음 달 3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을 들어간다. 거제지역 비정규직 노동자250여명도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학교급식 조리원들이 220여명으로 대다수다. 급식 대란이 현실화 되면서 교육당국은 단축수업과 간편식·대체급식을 준비하는 등 혼란 최소화를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조리원들은 모르는 소리 그만 하란다. 정규직 전환과 임금 상승 요구가 전부 인양 매도하는 것도 악의적인 편가르기라고 규정한다. 파업에 대한 파장과 우려에 앞서 이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먼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직업현장을 팽개치고 집단행동에 나섰을까. 노조를 중심으로 한 그들의 요구는 정규직 전환과 차별 철폐 등 처우개선이다. 임금을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근속수당과 정기상여금·명절휴가비·맞춤형 복지비 등도 정규직과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처우개선 요구 외에 가장 귀에 울린 그들의 외침은 근무환경 개선과 차별없는 인간다운 사람 대접이다. 학교 내에서 갑질과 차별대우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부당한 업무지시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그들의 호소다.

일부 학교는 학교급식이 학생들의 건강과 성장을 위한 급식이 아니라 교장·교사들을 위한 보여주기식 급식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교직원에게 초점이 맞춰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쁜 말은 아니지만 '급식소 아줌마'로 불리기 예사고, 파업 참가자에게 '안 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스스럼없이 내뱉어 압력을 넣기도 한다.

위험을 무릅쓴 과중한 노동강도에 급식실 노동자 대부분이 손목·어깨·목·허리·무릎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지만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급식 조리원의 44.5%가 화상 등의 피부질환, 93.7%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력 부족과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병가를 쓰기가 쉽지 않고, 학교가 산업재해 신청에 비협조적인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은 아파서도 안 되고 아파도 마음대로 쉴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또 구할 수 있어도 동료 조리원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학교측의 눈치가 보여 어지간하면 참고 견딘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흔하게 하는 말이 월급 받아서 병원비로 다 나가고 골병만 남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당한 업무체계와 비인간적인 대우를 개선하라는 그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기본적인 외침이다.

이들에 대한 차별과 저임금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방학기간 근무하지 않으면 연봉이 1900만원에 불과하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라 수당과 상여금을 합해야 간신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근골격계 질환·화상 등 안전사고와 각종 직업병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비인간적이 대우에 더욱 힘들어 한다. 근본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파업과 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합리적인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

거제에는 68개 학교 400여명의 학교급식 조리원이 있다. 이들 중 절반이 넘는 조리원이 이번 총파업에 동참한다. 돌봄·교무분과·스포츠·운동부분과 일부도 파업에 나선다. 그들은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 이면에 생존과 인간적 대우를 위해 파업에 나선다고 힘겹게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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