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주의는 서양의 물질문명을 동양의 정신문명이 동화시키자는 주의다. 동양정신으로 서양학술을 배우자는 표어는 그네들의 의사를 가장 명료하게 표시한다.

서양문명도 좋기는 좋다. 그러나 결국은 동양문명만 못하다. 동양이 서양에 뒤진 것은 현대의 물질문명, 그것뿐이오 정신문명으로는 몇 천년의 선진이 된다.

크로포트긴의 무정부주의는 노자의 무치주의를 조금 고친 것이고, 막스의 공산주의는 주나라의 정전제도(井田制度) 그것이다.

평등, 박애는 묵자의 이상하던 바요 민치주의는 맹자의 주창하는 그것이다. 물질문명으로라도 결코 처음부터 떨어졌던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의 조선시대에 있던 것을 우리가 천(賤)히 여긴 까닭으로 잠깐 동안 소멸되었을 뿐이다.

그네들이 떠드는 비행기는 몇 백년 전에 정평구씨가 발명하였던 것이고, 그네들이 자랑하는 활자는 고려초에 우리 조선이 쓰던 것이다.

이순신의 거북선은 세계 철갑선의 원조이고 경주의 첨성대는 세계 최고의 천문대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힘쓸 것은 어떻게 하여야 서양의 물질문명을 우리 정신문명에 동화시켜서 그의 일부분이 되게 할까? 함에 있다고 그네들은 주장한다.

그네들이 자기의 문화 자기의 정신을 잊지 아니하겠다는 열성에 대하여는 어디까지든지 추정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동양의 정신으로 서양의 학술을 배우자는 표어는 그 자체가 모순적이다. 동양의 정신은 동양의 학술을 낳고 서양의 정신은 서양의 학술을 낳았다.

삼강오륜의 전제 이상은 자유평등의 신학술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자신은 역(亦) 공상(空相)에 지내지 못한다.

또 과거에 우리 조선(祖先)이 어떠한 문화, 어떠한 정치를 가졌더라도 그것이 직접으로 현재의 우리에게 자랑거리는 되지 못한다.

문화상, 정치상, 경제상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우리가 과거 우리 조선(祖先)이 어떠히고 어떠하였다고 자랑함은 마치 현재에 아무것도 없는 거지가 자기의 몇 대로는 어떠한 고관이었고, 자기의 누구는 어떠한 재산가라고 자랑한 것과 같이 싱거운 일이다.

과거는 과거요 현재는 현재다. 우리의 목적은 장래에 있고 결코 과거에 있지 아니하다.
우리가 과거에 어떠한 문화, 어떠한 정치를 하였다면 그것이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을 강하게 하고 우리의 분발심을 이르길 재료는 되려니와 결코 우리의 자존심을 일으킬 재료는 되지 못한다.

더구나 서양문화는 반드시 동양문화만 못하다는 독단은 서양같이 비과학적 편견이다. 동양문화에 그의 장단점이 있는 것과 같이 서양문화에 그의 장단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형! 오늘 우리 사상의 혁명이 서양사조의 수입으로 이러한 현상인 이상에 나와 같은 편견은 더욱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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