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남선우 전 거제시 어업진흥과장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관심이라 한다. 사람이던 짐승이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면, 불쾌한 마음이 생겨나거나 소외감을 느끼게 됨은 당연하다. 요즘 어촌을 가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는 어업인들의 푸념소리가 귀를 따갑게 한다.

"수산업이 그야말로 엉망이다. 고기도 잡히지 않고, 경제가 어렵다고 소비를 하지 않으니 어가도 떨어지고…. 거기다 정부의 어업규제는 더욱 심해져가고 있어, 배겨낼 방법이 없는데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이가 없으니 어디에다 하소연 할 길도 없다. 그러고는 태풍이라도 세게 불어와 바다 밑을 확 엎어주면 바다라도 살아날는지…"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 

어촌의 살림살이를 잘 알다보니 오죽하면 저런 말들을 할까 싶다. 예전의 이맘때쯤이면 광어·아귀·갑오징어·꽃게·멸치·청어새끼(일명 청멸치) 등 봄철이면 각 지역별로 여러 종류의 계절성 어류가 위판장을 가득 메울 때다.

그러나 몇 년째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가고 있지만, 자연현상에 어떻게 해볼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러니 어촌 살림살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뻔하다. 옛부터 바다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물 떨어지면 돈 떨어진다.'

이 말은 배를 타다가 육지에 내리면 돈이 없다는 말을 일러 하는 말이다. 그래도 어업인들은 현실이 정말 어려워도 용왕님 뜻이 그런가보다 생각하며, 자연이 내어주는 것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에 기대어 어려운 살림살이를 금방 변화시켜줄 수 있는 정책을 펴 달라는 특별한 요구도 하지 않는다. 아주 적은 관심이라도 가져준다면, 그것으로 큰 위로를 받고 만족하며 자연에 순응하면서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업인이다. 농업인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거제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동해·서해·남해의 지역적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어 다양한 수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또한 거제의 수산업은 형태도 어선어업·양식어업·정치어업 등 지역별로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으며, 특정 업종이 지역의 어촌 경제를 떠받히는 주요한 역할을 하여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글로벌적으로 변화되면서 수산업도 세계경제의 흐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시대가 됐고, 지역 수산업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거기에다 국가적인 경제여건과 맞물려 조선업의 불황 등이 지역경제를 강타하고 있어 경제난을 함께 겪고 있다. 따라서 수산물의 소비는 급격히 줄어들어가고 있으며, 그나마 생산된 수산물도 소비둔화로 인한 어가 하락으로 생산비를 맞추기도 어려운 현실에 처해져 있다.

이런 와중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 되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이 수산업의 수출과 소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어촌 경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의 삶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즘 정치권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심하기 그지없고 뭐하는 집단인가도 싶을 때도 있다.

거제지역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서인지 누구누구가 나오고 어느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누구의 인지도가 높게 나왔다는 등의 말들이 난무하는가 하면, 이 지역 사람들은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의 고위직을 지냈다 해서 모 당에 소속된 기성 정치인이 총선 후보군으로 앞세우고 있다는 등 잡다한 여론들이 귓전을 때릴 때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좀더 나은 경제 여건을 만들어 주려면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정책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지만, 그런 고민은 뒤로 하고, 인기 영합적인 이슈의 떨거지 같은 정치논리가 판치고 있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자, 바다인 여러분! 그래도 우리는 꿈을 잃지 말고 열심히 파도와 싸워 봅시다. 그래도 우리에겐 넉넉한 바다가 있잖아요? '힘냅시다.'

그리고 정치 좀 한다는 분들, 쓸데없는 잿밥에 관심가지지 말고 서민 경제를 깊이 있게 고민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태풍으로 바다가 확 뒤집히지 않아도 되게!"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