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기리에 방송됐던 드라마 'SKY캐슬'은 시청률 20%를 크게 상회하며 역대 비지상파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거뒀다. 안방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 드라마는 각종 유행어까지 양산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문대 진학을 향해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우리 사회의 입시풍토를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광기에 가까운 사교육 열풍과 타락한 교육 현실을 꼬집으며 시청자들의 반향을 이끌어냄으로써 여기저기서 각종 패러디로 재생산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한 배경은 배우들의 열연과 짜임새 있는 각본 및 배경음악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가장 큰 비결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성적지상주의 등 상류층의 비뚤어진 자화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도권 여자고등학교의 시험지 정답 유출사건 등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현실의 병폐들을 적절하게 엮어 분노와 공감을 자극했기에 가능했다. 드라마 소재로 활용됐던 이 여고 사건 당사자들은 현재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 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던 쌍둥이 딸들에게 학교 시험 문제와 정답을 미리 알려준 혐의로 전 교무부장은 법원의 1심 선고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쌍둥이 자매는 기소하지 않았지만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다음 달 첫 재판이 열린단다.

소년부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전과 기록도 남지 않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소년원으로 보내지거나, 위탁교육·봉사활동 등의 보호 처분을 받아야 한다. 사건이 불거진 뒤 퇴학당한 자매는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지만 차후 문제다. 그들을 두둔할 필요는 없지만 모두가 성적지상주의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 낳은 우리사회의 병폐다.

최근 우리 거제에도 형태와 방법은 다르지만 대학입시 위주 교육의 부작용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역 A고교에서 시험시간 중에 문제는 풀었지만 답안작성을 끝내지 못한 최상위권 학생의 성적을 보전하기 위해 해당학교가 구제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었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학교는 해당 과목의 성적을 '0'점 처리하면서 일단락 됐다. 불행 중 다행한 일이지만 개운치 않은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학교도 문제지만 예민한 시기에 한 순간의 작은 실수로 학생이 감당해야할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 씁쓸하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해당학생의 부모 심정도 십분 짐작된다.

학생에게는 치명적인 실수였는데, 그 실수의 탓을 온전하게 아이에게만 돌리는 건 교육자로서 옳은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학교의 해명도 일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법과 교칙과 규정 등은 원칙대로 지켜져야 한다. 특히 교육현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다면 학교가 배우는 학생들에게 정직 대신 부정을 가르친 꼴이 된다. 더 큰 부정을 양산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망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대학 서열화와 고교 내신성적을 중시하는 현 교육제도에서 성적을 조작하거나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학부모의 지상 목표는 자녀의 명문대 진학이다. 대학 서열화와 성적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현재의 교육과 사회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또다른 희생자는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근본원인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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