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다.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성년의날·부부의날·석가탄신일 등 각종 기념일에다 결혼시즌을 맞아 경제적 지출도 많다.

가뜩이나 얇아진 지갑이 더욱 왜소해지기 일쑤지만 의미 있고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서로가 정을 나누며 아름답고 행복한 동행을 꿈꾸는 계절이다.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가르쳐 주시고 밝은 눈을 일깨워주신 당신들께 감사의 편지와 한 줄의 문자 메시지는 보약과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물론 물질적 배려도 뒤따르면 금상첨화겠지만….

가화만사성이라는 진리가 새삼 되새겨지는 5월이 행복한 가정의 달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가족의 정과 사랑을 듬뿍 나누길 소망한다. 그러나 이런 기념일이 이어짐에 따라 챙겨야 할 일들이 늘어나면서 추가 지출도 크게 증가하고 부담과 한숨 또한 깊어진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 발표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5월에 지출하는 추가 비용이 평균 50만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념일의 예상 추가 지출액은 어버이날이 평균 27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어린이날 13만원, 스승의날 5만원, 부부의날·성년의날 9만원 등이라 한다. 어버이날 자녀에게 받고 싶은 선물 1순위가 용돈이다. 용돈 외에 공기청정기나 안마의자 등 고가 가전제품이 뒤를 이었으며 홍삼 등의 건강식품도 여전히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이나 미용관련 선물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기념일이 언제부터 이런 부담스러운 날이 돼버린 걸까? 감사함을 담아 꽃 한 송이, 편지 한 장으로 마음을 전했던 예전의 5월은 축제와도 같은 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5월은 한숨부터 나오는 달이기도 하다. 직장인 월급에서 한 달 경조사비로 50만원 넘는 금액이 지출된다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5월 첫날부터 서민의 애환이 담긴 소주가격이 인상되고 식음료 가격은 이미 줄줄이 올라 서민 삶을 압박한다. 택시·버스요금이 올랐고, 휘발유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6월부턴 정부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더해진다. 장기화된 조선 불황과 경기침체에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추진으로 지역경제는 격랑에 휩싸였다.

그렇지만 5월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린이·어버이날 등은 꽃다발과 장난감·용돈 등의 선물은 준비해야 하고, 또 그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세태다. 카네이션 한 송이 꽂아드리면서 감사인사를 건네던 시절은 이미 멀어졌고, 노트나 학용품을 선물하던 어린이날은 아득한 전설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이후 스승의 날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부모들의 심리적 부담은 여전하다. 게다가 결혼식 축의금은 세금고지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태가 변하면서 아예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카톡으로 계좌번호를 발송하면서 축하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고마울 수도 있지만 씁쓸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시대가 변하면 문화도 바뀌게 마련이지만 어느새 우리 삶에 물질만능주의가 깊게 파고든 것이다. 이에 따라 기념일의 진정한 의미와 적은 돈으로는 큰 감동을 전할 수는 없게 됐다. 카네이션 한 송이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옛날이 그리워지는 5월이다. 형식과 겉치레만 있고 본질은 설 자리를 잃어간다. 정신적 가치는 축소되거나 실종된 채 물질적 가치에 치중하는 형식과 부담만 가중된다.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알맹이 없는 5월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정이란 구성원 모두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보금자리다. 또 사회를 이루는 기본단위이며, 근대사회 우리나라 발전을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처럼 행복하고 건전한 가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공동체는 자연스럽게 밝아지고, 튼튼해지며,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된다.

'가정의 달=지출 많은 달'이라는 우리사회가 만들어 낸 잘못된 공식을 깨뜨리고 각 기념일이 내포하고 있는 참 의미를 실천해야 한다. 가정이란 구성원 모두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보금자리다. 행복하고 건전한 가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공동체는 자연스럽게 밝아지고, 튼튼해지며,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된다. 가정의 달을 맞아 마음을 담은 선물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