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부장
백승태 편집부장

사회학자들은 철도가 단순한 교통수단의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고속철도인 KTX 개통은 우리의 생활 모습을 바꾸고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도시기능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일본 근대화의 견인차가 철도였듯이 철도가 개통된 도시는 예외 없이 발전했다. 경제생활권이 넓어지고 여행의 기회가 증가하며 문화의 전파속도 또한 가속화 돼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이제 우리 거제도 고속철도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몇 년 전만해도 '기차타고 서울가자'란 구호가 다른 세상 얘기처럼 들렸지만 정부가 서부경남 KTX(이하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확정 발표하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남부내륙철도 조성사업은  거제와 경북 김천 172㎞을 잇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총사업비 4조7000여억원에 사업기간도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2028년 이사업이 완공되면 거제는 서울과 2시간대로 연결되며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들어온다. 사회전반에 걸친 많은 변화와 우리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제시로 봐서는 가히 교통혁명이라 불릴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조기 완공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남부내륙(서부경남) 고속철 거제역 개통과 거제 발전전략'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남부내륙고속철 파급효과의 극대화 방안과 고속철을 기반으로 한 거제시의 발전 전략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벌어졌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지역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토론회에서 알려진 예비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철도 건설 이후 종착역인 거제역 하차 인원은 1일 약 11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여수엑스포역(약 1000명)보다 많지만 강릉역(5000명)보다는 현저히 적다. 통영은 1200명, 진주 2000명으로 거제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각 지역이 가진 매력물의 크기를 수치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운영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더 많은 이용자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거제역에 하차하는 승객의 방문 목적은 관광이 절반이고, 평균 지출 규모가 1인당 30만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차이는 있겠지만 매일 550명의 관광객이 거제를 방문하고, 1억6500만원 이상을 거제에서 소비한다는 셈이다.

음식·숙박업은 물론 택시나 렌터카 이용자도 급증하는 등 사회전반에 걸친 변화가 예상된다.경제적 발전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연기 없는 굴뚝으로 불리는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돌파구라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 긍정적 기대와 함께 패싱 현상이나 빨대 효과 등에 대한 사전대비는 중요한 과제다.

첨예한 관심사인 거제역사 위치문제는 남부내륙철도 개통에 따른 효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역사선정에 있어 가장 우선시 돼야 할 포인트는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역사위치 선정기준도 도시지역 인접·대중교통망과 면적·역세권개발 잠재력 등을 주요평가 항목으로 꼽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성과 효용성·접근성·발전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거제의 미래를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끊임없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최적의 입지를 선택해야 하고, 조기착공을 위해서는 서두를 필요성도 있다. 소모적 논쟁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민의가 뭉쳐야 한다. 지나친 역사유치 논쟁은 남부내륙고속철도 추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철도가 통과하는 일선 시·군과 체계적이고 협조적인 인프라와 시스템 및 협업체계 구축이 절실하고, 지역 주요 관광산업에 대한 현실을 냉정하게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민의 '철도가 완성되려면 8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남부내륙철도의 조기착공과 최적의 거제역사 선택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하고 심도 있는 공론화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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