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 13명은 21일부터 조합장으로써 해당조합을 4년간 이끌게 됐다. 간소한 취임식을 가진 조합장도 있으나 직원들과의 간단한 인사와 만남으로 임기를 시작한 조합장도 더러 있다.

먼저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아 중책을 맡게 된 조합장들에게 축하와 인사를 전하면서,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여러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제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불협화음과 갈등의 골을 봉합하고 조합을 위해, 조합원을 위해 서로 화합하고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사례가 21건이나 발생해 고발 3건, 경고 3건, 주의 15건으로 조치했다. 현물이나 현금 등을 기부한 행위에서부터 사전선거운동, 조합원 자격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거나 문제 삼지 않은 위반사례 등을 합하면 과히 공명선거라 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 야기된 의혹과 불법으로 후보등록조차 하지 못한 인사가 있는가 하면, 출마를 하고 싶어도 예견된 구설수로 아예 출마자체를 포기한 인사도 없지 않다.

일부 전직 조합장은 선거를 앞두고 직원에 대한 인사까지 단행하며 제 식구 챙기기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여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상당수 조합에서는 벌써부터 어느 직원은 누구 편에 섰기 때문에 어디로 쫓겨 가고 누구는 공을 세웠으니 중용될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는 루머까지 나돈다.

조합의 일꾼을 뽑는 축제가 돼야 할 선거가 불법이 난무하고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유는 단지 후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조합장이라는 자리가 막대한 예산 집행과 사업 결정, 직원에 대한 인사권, 억대 연봉의 자리이기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금품과 향응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의식문제가 불법선거의 원인이라고도 단정하지 못한다.

불법 선거 신고 포상금을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리고 중대 선거범죄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는 과도하게 제한된 선거법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깜깜이 선거로 금품과 향응에 쉽게 현혹되고 공약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일정수의 조합원만 상대하는 선거이기에 혈연·지연·학연 등에 얽매인 구조적 한계도 여전했다. 때문에 금품 등이 오가더라도 안면에 억눌려 신고나 고발하기도 어려운 고질적 병폐도 잔존했다.

도를 넘어선 선거운동 제약은 거꾸로 불법을 부추긴다. 깜깜이 선거를 조장하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면 차기 선거에서도 이 같은 선거판이 재연될 게 뻔하다. 다행이 조합장 선거법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일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3선 연임 제한' 규정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현행 농협법에선 조합 자산총액이 2500억원 이상이면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하도록 하고 있고 비상임 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없어 계속 재임이 가능하다. 전문 지식을 갖춘 상임 이사가 경영을 맡지만 실상은 비상임 조합장이 실권을 행사하는 구조이기에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소지가 커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조합은 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생산품의 판로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자금·정보를 제공해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합장은 해당 조합을 대표해 업무를 집행하고 이사회와 총회의 의장을 맡으며 직원의 임면권을 갖는 등 조합원들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자리의 중요성만큼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막중하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기보다 먼저 선거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직원 및 조합원과 소통하며 조합이 안고 있는 현안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특히 조합장은 조합원의 권익향상이 최우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와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면서 "현실을 직시하고 화합하며,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에 충실하는 조합원을 위한 책임 있는 조합장이 되겠다"는 신임 조합장의 소감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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