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현재적 이익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제척이나 블라인드 신탁 등이 주로 사용된다. 제척은 이익 충돌에 빠진 사람이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공적 임무를 대행토록 하는 것이다. 블라인드 신탁은 공직자의 이익충돌을 야기할만한 재산의 통제권을 포기하도록 함으로써 이익충돌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직자 윤리법, 윤리조항, 국가공무원법 등 다양한 윤리관련 법규에서 이익충돌에 관한 금지원칙이나 규제조항들이 단편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익충돌의 당사자, 공익과 사익의 충돌 사례, 그리고 이의 해결 방안 등에 대한 분명한 원칙 등이 정립되지 않아 관련 법규의 내용 및 체제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 문제점을 보완하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그런데, 19대 국회는 입법과정에서 애초 원안에는 없었던 '사립학교 교사와 교수, 언론사의 기자'까지 대상으로 추가했으나, 이미 대상에 포함되어있던 '국회의원'은 제외했다. "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공익적 목적', '제3자의 범위'에 대한 모호함은 차지하고서라도, 이러한 입법 누락을 예측이나 한 듯, 최근 국회의원의 부정청탁, 특혜, 편의제공행위에 대한 의혹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 재판 청탁 의혹, 그 밖에 지방의회 의원의 해외에서 추태, 갑질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만약 이들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직권남용' 등 형법상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 한 현행 '부정청탁 금지법'으로는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국회의원은 선거에 의해 견제된다고 항변하겠지만, 오히려 선거를 통해 획득한 권력은 다음 선거까지 통제할 방법이 없다. 국회는 스스로도 지키기 버거운 법률들을 입법권이라는 막강한 힘으로 기업,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강제하면서, 정작 본인들의 공익적 의무에 대한 사항은 회피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거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후보자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청렴하고 탁월한 능력과 미덕을 지니고 있어야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쥐어주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대로라면 국회의원들은 적어도 보통 사람들인 국민보다 더 청렴하고 더욱 탁월한 능력과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으며(제46조 제1항),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 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 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음(제3항)"을 명확히 하고 있다. 국회는 스스로 이러한 헌법 규정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 법률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

'부정청탁 금지법'이 2016년 9월 시행되었다. 벌써 2년을 넘기고 있는 만큼 그 과오를 따져 입법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이다. 좋은 정치는 권력을 통제하지만, 나쁜 정치는 국민을 통제한다고 한다. 국회는 국민을 통제하는 법이 아니라, 거대 권력을 통제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사익추구방지를 위한 '이익충돌 금지' 조항이 도입되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한다.

이러한 법 개정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대로 국회의원들의 능력과 미덕이 보통 사람들 보다 탁월하게 발휘되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하게 된다. 이 선거에서는 '더 청렴하고 더욱 탁월한 미덕을 갖춘 국회의원'의 기준을 상기하고 새로운 자세로 국회의원을 뽑아야한다.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구태의연한 사고의 틀로서는 안 된다. 우리의 권리를 정당하고 당당하게 행사해서 선거의 프레임을 바꿔야한다. 그래야만 '이익충돌 금지 원칙'을 준수하는 준법정신이 확립되고,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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