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설 연휴 거제지역 밥상머리 화두는 단연 남부내륙철도사업(서부경남 KTX)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이었다. 지난달 29·30일 연이어 터진 뜨거운 현안에 지역민들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득실을 따지며 갑론을박하면서 파생될 미래에 촉각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산업은행의 발표로 대우조선인수합병이 구체화되자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하며 찬반논란도 거셌다.

여기에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조합장선거·지역경제 문제·인구유출 및 부동산·거가대교 통행료·신공항 추진·김경수 도지사의 구속 등 가족·친지들의 밥상머리 화제가 됐다. 취업과 결혼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였다.

모처럼만에 만난 가족 친지와의 명절 밥상머리 대화는 각양각색의 입장과 처지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자리이고, 앞으로의 계획을 다잡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특히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기는 선출직들에게는 선거 밑그림을 그리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변수들이 도출되고, 입지자들은 물밑 행보를 시작하는 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

한 달 남짓 남은 조합장 선거는 물론이고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총선 입지자들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면서 행보를 본격화 한다. 그러나 이번 설 연휴 화두는 정치나 선거보다 경제와 지역현안에 쏠렸다는게 대다수의 짐작이다.

지난달 2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로 가시화된 남부내륙철도의 착공과 개통시기·철도역사 문제는 호사가들의 입을 바쁘게 했다. KTX 개통에 따라 예측되는 변화는 물론 문제점들을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분석하며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은 역사 위치 문제였다.

어떤 조건으로 어디가 적지이며, 어떤 이유로 어디는 안 된다는 등 저마다의 논리를 전개하며 설전을 벌였다. 또 어디에 들어서면 우리 동네가 발전할 것이고, 어디에 들어서면 우리 동네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는 둥 자기중심적인 셈법에 열을 올리곤 했다. 합리적 결론 도달을 위해 거제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30일 오후 늦게 전격 발표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은 지역 전체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인수설이 발표되자마자 31일 대우조선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비밀리에 추진된 인수작업을 규탄하며 노조참여 없는 일방적 매각은 절대 불가하다면서 설 연휴 이후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인수합병이 성사될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익창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에 반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돼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허덕이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동종업계의 인수합병은 더 많은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전례를 감안할 때 이 문제가 거제경제를 송두리째 나락으로 밀어 넣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은 물론 업계와 노동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을 찾아 고용보장과 지속 발전이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거제시도 손 놓고 구경할 일이 아니다. 지역 노동자를 지키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거제 경제를 지키며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응당한 목소리를 높이고 요구를 관철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큰 틀에서 방향설정이 옳다고 해도 인수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결의를 모아야 한다. 앉아서 처분만 기다릴게 아니라 부당하다면 팔을 걷어 부치고서라도 투쟁해야 한다. 현재로선 조선이 망하면 거제가 망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19년 벽두부터 쏟아진 핫(hot)한 지역현안들로 정치권과 중앙언론에도 거제시의 현안들이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그 만큼 거제가 생동감 있게 움직이며 성장 가능성 있는 도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수년째 불황이던 조선산업도 다시 기지개를 켜며 기대를 갖게 한다. 남부내륙철도 예타 면제 등 긍정적 신호들도 여기저기서 보인다. 움추렸던 지역경제도 활력을 되찾아야 할 시점이다. 시민 모두 힘과 마음을 다잡아 걸림돌을 제거하고 쏟아진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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