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K兄, 오랜만에 안부 전합니다.

입춘(立春)이 섣달그믐인데도 구조라 춘당매가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기사를 읽고 거제지역 경제도 봄이 빨리 올 것 같아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매화향과 함께 K兄이 올해 3.13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도 전해 듣고 많이 기뻤습니다. 몇 번을 망설였다가 이번에 출마를 결심한 K兄의 용기에 감사와 염려가 교차해, 꿈 많았던 학창시절 고향 사랑이 유별났던 모습을 떠올리며 제가 들은 선거분위기를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조합장은 벼슬이나 감투가 아니고 조합원의 대표로서 조합 살림을 잘 꾸려가야 하는, 동네 일 잘하는 머슴 정도의 심부름꾼이어야 한다"는 兄의 말씀은 어릴적 저를 감동시켰지요. 순수한 열정과 동료 조합원들을 위해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일하셨던 분이 혼탁하고 인신공격이 심한 지역선거를 어떻게 참아내고 당선의 영광을 안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K兄, 거제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로 유명하다는 주위 분들의 말을 자주 듣습니다. '우리 집 개는 짖지 않는다' 아니면 '우리 집 개는 묶어 놓았다' 등의 비아냥은 노골적으로 돈 봉투를 요구하는 행태를 빗대어 하는 말일 것입니다. 옛날에 떠돌던 우스갯소리라고 말했더니 아닌가 봅니다. "아직까지 돈 봉투 선거가 이뤄지고 있으니 이런 말이 남아 있겠지"라며 많은 분들이 반문합니다.

어떤 이들은 벌써 1차 살포는 끝냈고 투표 전 2차 살포를 준비한다고들 합니다. K兄의 성품으로 보아 돈 선거는 하지 않을 것 같고, 발품을 팔아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데 참 걱정입니다. 조합원 자격을 두고도 말이 많습니다. K兄의 조합원 자격이야 누구도 문제 삼지 않겠지만, 오직 조합장이 되기 위해 문서상으로 조합원 자격을 꾸며놓은 후보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 분들이 왜 조합장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염려가 많습니다.

K兄 같은 분이 저는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조합 주인은 조합원이 아니라 조합 직원이라고들 한답니다. 어떤 조합은 조합장 총 보수와 수당이 조합원 배당금 총액보다 많은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인사부터 경제·금융사업, 업체선정 등 조합장 권한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이다 보니 조합장을 하기 위해 목숨 걸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답니다. 돈봉투 사건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그런 적 없다면서 부끄럼 없이 출마하는 후보자도 있고, 이번만 당선시켜주면 다시는 출마하지 않겠다며 조합원들에게 약속 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재출마를 하는 후보자도 있다고 합니다. 상품권 문제 등으로 선관위 조사 중인 후보가 있는가하면 조합 존폐의 책임이 있다고 원망을 듣는데도 아랑곳없이 출마를 강행하는 후보도 있다고 합니다.

3선제 제한을 받는 전직 조합장들은 상임이사제도를 만들어 3선제한제를 비켜 조합장에 출마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조합원의 이익과 편의는 뒷전인 채 당선만 되자고 체면은 버린 지 오래됐답니다. 당선을 위해 이렇게 한다고 하니 兄께서도 참조해보기 바랍니다.

먼저 조합원들에게 얼굴을 알려야하니 불법광고물이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니, 조합사무실과 동네마다 인사말 현수막을 많이 붙이십시오. 다음으로 돈 봉투를 2~3회에 걸쳐 뿌려야하니 받고도 말 안 나오게 당선될 만큼의 조합원 수만큼 돈 봉투를 준비하십시오. 그리고 나는 깨끗한 선거를 한다고 말하십시오.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마을단위의 조합원을 외국여행 보내면서 담당자를 정해 금전지원 해주시고, 경로당을 다니며 인사 잘하고 손잡으면서 식사 값 찔러주고 오십시오. 조합원을 만나면 대출 잘해주고 조합에 취직을 부탁하면 잘 들어주겠다고 뻥카를 좀 날리십시오.

K兄은 선거기간 2월 26일부터 3월 12일까지 어깨띠와 명함 돌리기 밖에 할 수 없으니 양심 따윈 잠깐 출장 보내면 어떨런지요. 조합장에 당선이 되면 최소 연봉이 7천만원에서 1억원대를 넘어가니 하는 말입니다.

K兄은 절대 불·탈법 선거는 하시지 않을 분이란 것을 알지만 아쉬운 심정으로 객기삼아 몇 자 올렸습니다. 입춘 다음 날이 설날입니다. 가족들과 다함께 모여 兄의 출마소식 전하겠습니다.

  K兄의 조합장 당선을 기원하며 후배 올림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