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침체된 조선산업으로 거제가 장기불황에 허덕이며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나아지면서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또한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쉽사리 살아나지 않는 해양플랜트시장 등의 악재로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가 조선산업과 병행할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내세우며 '1000만 관광도시 건설'이라는 큰 숙제를 풀기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가운데, 침체된 거제경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변광용 거제시장도 KTX 개통에 대비해 1000만명이 찾는 관광도시 거제 기반구축에 온 힘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도로 등 관광 인프라를 늘리고 놀거리와 즐길거리를 발굴해 내방객들을 유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굴뚝 없는 미래산업이라 불리는 문화·관광산업에 대한 자치단체의 의지는 당연하다. 세계경제에서 관광산업의 위상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과감하고 내실 있는 투자는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관광 하나로만 먹고사는 세계의 도시들도 즐비하다.

그러나 아무리 관광시설을 늘린다 해도 손님을 맞을 채비가 안됐다면 1000만 관광객은 요원할 뿐이다. 지난해 경남도가 실시한 경남사회조사결과를 보면 거제시가 아직 손님 맞을 채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친절하고 물가가 비싸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조사에 따르면 '불친절하다'는 답변이 35.1%인데 반해 '친절하다'는 답변은 25.7%에 머물렀다.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도 만족한다는 의견이 19.8%에 불과했고, 불만족이라는 답변이 52.7%에 달했다. 불만족 이유는 비싼 물가(51.2%)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관광객 맞이 준비상태에 대해서는 관광·편의시설 부족(60.3%)과 종사자 친절도 부족(30.6%)을 꼽았다. 부족한 관광시설 분야는 주차장과 도로 등 교통 편의시설이라고 답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거제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단박에 보인다. '조선해양관광의 메카' '1000만 관광객 시대' 등 거창하고 식상한 구호보다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등 친절한 말 한마디가 절실하다는 충고다. 발전은 과거를 반성하고 현실을 인식할 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우리도 향상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우고 개발해가면 된다. 알고 있지만 실행이 되지 않는다는 넋두리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다행인 것은 현실을 자각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 늦지 않았다는 것이고, 관광객을 끌어들일 콘텐츠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둘도 없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과 옥포대첩지 및 흥남철수작전 얘기들 등 상징성 넘치는 역사자원도 풍부하다.

이제 우리가 가진 것에 옷을 입히고 얘깃거리를 더하는 스토리텔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 최고의 조선도시' '환상의 섬 거제' 등의 식상한 구호에 매달리지 말고 거제만의 고유한 자원과 매력을 스토리텔링 해 시민들의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삶의 질 향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체계적인 관광으로 육성해야 한다.

거제시도 KTX 개통에 대비해 특색 있는 콘텐츠 개발과 스토리텔링 관광루트 구축을 통해 '평화의 도시 관광거제 건설'을 공언하고 있다.

설을 전후해 정부가 KTX에 대한 예타 면제를 발표할 것이라는 긍정적 소식도 들리고, 동남권 신공항을 거제 인근인 가덕도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거가대교 통행로 인하와 국지도58호선 조기완공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모두 관광거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에만 얽매여서는 안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다지는 일에 시민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관광트렌드에 부응하는 인식변화와 그에 걸맞은 준비 및 실천이 미래관광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거제시가 수십년째 외쳐왔던 '세계적인 관광도시 거제건설'. 극히 단순하고 지당한 바람이지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거제시는 물론 시민 모두가 나서 풀어야 할 우리의 숙제다. 거제시민의 미래 먹거리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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