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우리는 칭찬할 때 주로 어떤 말로 표현하는가? 어린자녀를 칭찬할 때 사용하는 말들을 나열해 보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말들을 떠올릴 것이다. "정말 똑똑하구나",  "너 천재구나", "참 ,잘했어", "정말 착하다", "너무 멋있다". 막상 칭찬에 사용하는 말들을 나열해 보면 칭찬하는 말의 레퍼토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모와 교사들은 칭찬의 효과를 무조건 맹신한다. 칭찬이 자아효능감과 학습동기를 높여주고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칭찬은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전략이긴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칭찬이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안정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칭찬도 잘못 사용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칭찬이 오히려 긴장과 나쁜 버릇을 초래하기도 한다. 칭찬의 아이러니다.

예컨대 영국의 클래식 전문방송 클래식FM이 선정한 클래식 음악계의 역대 천재 순위에서 우리나라 장영주가 모차르트·베토벤·아르헨티나의 마르타 아르헤리치·칠레의 클라우디오 아라우에 이어 당당히 5위에 올랐다. 4세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그녀는 8세 때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데뷔, 이후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했다.

가끔 음악계보다 천재가 더 자주 나오는 분야가 바로 우리나라의 골프계가 아닐까. 어린나이에 좋은 성적을 올리거나 두각을 나타낸다 싶으면 언론에서는 '골프신동·골프천재'란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우리나라 골프계에서는 자고나면 한 명씩 천재가 탄생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골프에서 천재 타령이 일상화된 것은 이른바 '타이거 우즈 효과' 때문이다. 그는 두 살 때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다. 우즈는 화려한 주니어선수 시절을 거쳐 스무 살에 프로에 데뷔, 이듬해 역대 최연소로 마스터스 챔피언에 오르면서 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언론이야 별생각 없이 갖다 붙이는 천재란 수식어가 문제다. 자칫 골프 유망주의 장래를 그르칠 수도 있다. 이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의 캐럴 드웩 교수의 실험에서 증명됐다. 아이들에게 타고난 재능이나 자질을 칭찬하는 것은 은연중에 성공에서 차지하는 재능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높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실패를 자신의 재능없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여겨 실패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쉽게 좌절한다. 그 뿐만 아니라 실패를 피하려고 새롭고 어려운 도전을 꺼려 결과적으로 성장이 더디게 된다. 반대로 재능보다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며 노력을 지속하게 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 실험의 결과다.

EBS에서 방송된 '학교란 무엇인가' 시리즈의 '칭찬의 역효과' 편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드웩(Dweck) 교수가 고안한 실험을 재현한 것인데, 능력에 대한 칭찬과 노력에 대한 칭찬의 효과를 비교한 실험이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머리가 좋다'라는 칭찬과 '노력을 많이 했네'라는 칭찬을 각각 해 준 후 몰래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의 부정행위를 관찰했다. 그 결과 능력에 대한 칭찬을 받은 학생들이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은 학생들보다 부정행위를 더 많이 했다. 이 실험을 성인에게 실시했을 때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 실험에서 수학문제 풀이 결과에 대해 '머리 좋다'라는 칭찬과 '노력을 많이 했네'라는 칭찬을 각각 해준 후 '더 어려운 문제'와 '친구들의 성적'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을 때에도 두 집단은 서로 달랐다. 능력에 대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친구들의 성적'을 더 많이 선택한 반면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더 어려운 문제'를 선택했다. 능력에 대한 칭찬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관심을 갖게 했지만, 노력에 대한 칭찬은 좀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누구나 자신이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런 인정을 받은 다음에는 그것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또다른 불안감에 휩싸인다. 따라서 능력에 대한 칭찬은 아이들을 잠깐 기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우즈의 성공신화도 알고 보면 전형적인 생존자 편향의 예다. 어려서부터 골프를 잘 친다고 해서 선수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성공의 원인을 타고난 재능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정작 당사자에게는 모욕이 될 수도 있다. 성공 뒤에 숨은 자신이 쏟아 부은 엄청난 땀과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재의 아이콘 모차르트가 제대로 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피아노협주곡 9번을 작곡한 스물한 살 때부터다. 물론 스물한 살도 적은 나이이지만 18년 동안 혹독한 훈련과 교육을 거친 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대 최고의 농구선수로 꼽히는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불스 시절, 연습장에 누구보다 일찍 나와 가장 늦게까지 링을 향해 슛을 던졌고,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가 비시즌 때,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6시까지 하루 12시간 공을 때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과한 칭찬이 재능을 죽이는 아이러니가 허다하다. 우리는 칭찬에 인색할 필요도 없지만 과도한 겉치레식 칭찬을 충분히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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