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희망의 빛을 머금은 2018년 일출을 장승포 몽돌개에서 맞이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룡산 넘어 가조도 인근 섬들을 붉게 물들일 올해 마지막 석양을 보게 됐습니다.

어제 떠오른 태양과 오늘의 것이 다르지 않지만 한해의 끄트머리 12월31일이라는 날짜를 바라보며 아쉬움과 새해 첫날의 설렘이 교차합니다. 올해 거제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기적이었고 삶의 투쟁이었습니다. 어려운 지역경기를 참고 이겨내신 K兄께 어떤 위로의 말보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거제 K兄.
인생살이가 그러하듯 언제 다사다난(多事多難)하지 않은 해가 있었겠습니까만 올해는 유달리 거제는 다사다난 하다못해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시민들의 한숨소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역경기 침체로 인구가 줄어들어 지역 상가는 한 집 건너 문을 닫는 실정이었습니다. 실업률과 자살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하며 부동산과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는 최악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6.13 지방선거가 실시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폭풍이 거제시 정치 판도를 바꿨습니다. 민주당 변광용 시장 당선과 3명의 도의원, 10명의 시의원을 당선시켰고, 권민호 전 시장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를 했고 서 전 부시장 또한 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거제는 뒷전이고 지도자들이 개인영달을 위한 정치욕심만 부린다는 지적도 많은 한 해였습니다.

K兄, 그래도 고마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거제 대우조선 등을 방문했고 얼마 전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삼성중공업을 방문해 거제 시민들께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느 해나 사건·사고는 있지만 올해 유독 눈살을 찌푸리는 사건들도 많았습니다. 고현시외버스터미널 중학생 사망사고와 상상을 초월한 학교폭력사건, 미남 크루즈 선착장 묻지마 살인 사건과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현산 70억 뇌물죄 의혹, 시장 수행운전기사의 시민폭행 등 힘들게 버티고 있는 거제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시는 지난 일을 교훈삼아 이런 부끄러운 사건들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거제 K兄.

너무 우울해만 하지 마십시오. 거제시도 희망은 있습니다. 거제∼김천 간 남북내륙철도가 사실상 확정 됐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또 양대 조선소 일감이 늘어난다는 반가운 이야기도 있고 미래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투자유치 설명회도 열린다고 하니 기대를 해볼 만도 합니다.

한 해를 보내자니 아쉬운 마음과 새해 파이팅하자고 K兄에게 몇 자 적어본다는 것이 넋두리만 널어놓은 것 같습니다. 다가올 2019년을 위해 K兄에게 이해인 시인의 '새해에 쓰는 편지'라는 시 한 구절을 올립니다.

새 달력에 찍혀 있는
  새로운 날짜들이
  일제히 웃으며 뛰어와
  하얗게 꽃으로 피는 새해 첫날

  묵은 달력을 떼어내는
  나의 손이 새삼 부끄러운 것은
  어제의 시간들을
  제대로 쓰지 못한
  나의 게으름과 어리석음 때문이네

  나의 주변 정리는 아직도 미흡하고
  어제하던 일들의 마무리도 안했는데
  불쑥 들어서는 손님처럼
  다시 찾아오는 새해를,

  친구여.

  우리는 그래도
  망설임 없는 기쁨으로 맞이하자
  우리에게는 늘 할 말이 많아
  잠들지 못하는 바다처럼
  오늘도 다시 깨어나라고
  멈추지 말고 흘러야 한다고
  새해는 파도를 철썩이며 오나보다.
  - 중략

거제 K兄.
내년에는 만복운집이라는 글귀처럼 세상에 있는 복들이 거제 K兄뿐만 아니라 주위 모든 분들께도 구름처럼 모여지기를 소원합니다.

 - 2018년 마지막 날 해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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