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우리의 사상계는 몹시 혼돈한 상황에 있다. 우리에게는 삼강오륜으로 부패한 사회를 바로잡겠다는 유학선생이 있고 인류의 절대평등 개선의 절대 자유를 주장하는 인권지상론자가 있다. 붓대를 쥐고 이상세계를 꿈꾸는 플라톤도 있고 책상을 두드리며 무상계급의 단결을 부르짓는 막스도 있다.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가 서로 합하지 못하고 종교신자와 비종교론자가 서로 다툰다. 같은 민족주의자 중에도 혹은 무력주의 혹은 문화주의 혹은 국수주의자나 각기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같은 사회주의자 중에도 혹은 막스주의 혹은 무정부주의 혹은 동업조합사회주의 혹은 ‘신디켈리즘’-산업혁명운동-하야 무수한 파벌이 있다.

종교신자는 종교신자끼리 부녀해방론자끼리 서로 ‘자기의 믿는바가 진리요 자기의 주장이 옳다’하야 싸우고 같은 종교신자 같은 주의의 신자 가운데에도 신파, 구파-급진 완진하야 의견 충돌이 있다.

말하자면 오늘 우리의 사상계는 석가 공자 이후의 동방사상과 예수, 소크라테스 이후 서방사상이 한꺼번에 모이어서 서로 ‘제 것이 옳다’고 싸우며 있는 현상이다. 정치상, 경제상으로 안정을 얻지 못하여 불안과 공포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 민족은 사상적으로도 아직까지 기착점을 발견하지 못하여 오리무중에 방황하며 있다.

몇천년 동안 유교의 사상-삼강오륜-의 전제 밑에서 우리 사상계는 신사조, 자유, 평등사상의 수입으로 갑자기 해방을 얻게 됨에 구는 파괴되고 신은 정설되지 못하여 정치상 혁명시대의 그것과 같이 무정부-무질서의 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여기에-이 무질서 상태로 인하여-여러가지 선극 비극이 생기게 된다. 정감록을 이용하여 50만의 미신자를 모아 자신천자 노릇을 하는 차경석이 있고, 오늘 민족주의 내일 사회주의-자칭 신사, 자칭 유지-로 미래의 대사상가를 꿈꾸는 사회주의자-사상 투기업자가 있다.

자기의 이상과 현실의 세계가 너무도 차이가 많다 해서 비관의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청년 이상가가 있고, ‘세상이 말세가 되어서 안민구국지책-삼강오륜도 도무지 실행되지 않는다’고 분분히 세월을 보내는 노년 유학자선생이 있다.

인권주의의 아들과 ‘부의자강’의 부친 의견이 충돌되고 ‘연애신성’ 남녀평등의 남편과 ‘삼종칠거’ ‘무재제덕’의 아내가 의사가 불합된다. 전제 계급의 구와 자유 평등의 신은 도처에서 충돌된다. 노소간의 충돌, 부부간의 반대, 사회상 분쟁이 이것으로 인하여 생기고 가정의 풍파가 이것으로 인하여 잃게 된다. 이에 우리의 선배 중에는 ‘이것 사상계의 혼돈상태’-이 우리의 장래에 큰 해독을 기다리라‘하여 비관하는 이가 많은 것과 같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사상계의 혼돈으로 인하여 받는 해독이 적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계속된다면 장래의 사회에 어떠한 악과를 거칠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현상을 보고 그저 비관하는 것은 역시 誤解에 지나지 않는다. 사상계의 혼돈이란 결코 언제든지 비관의 사상만은 되지 아니한다. 어떤 때에는 도리어 낙관(樂觀)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위에도 말한 바와 같이 오늘 우리의 사상계는 결코 평일의 궤도를 그대로 밟아가는 평상시대가 아니다. 말하자면 전제 계급의 낡은 사상을 근본부터 개혁하여 자유, 평등의 새 사상을 새 기초위에 건설하려는 대혁명의 과정중에 있다.

정치상 대혁명이 항상 무질서의 한 시기를 경과하는 것과 같이 사상상의 대혁명도 항상 혼돈의 한 시기를 경과하게 되는 것이다.

구주의 문예부흥과 종교개혁시대, 일본의 유신시대, 중국의 현상 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 세상일이란 무엇인든지 파괴는 용이하고 건설은 힘든 것이다. 로마 궁전은 하루 아침에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다시 짓는데는 몇 십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의 혁명을 보라!

그네들은 무창기의후 불과 몇 개월에 만족의 전제 정부를 없이하였다. 그러나 그네들의 건설사업은 12년이 지난 오늘에도 아직 목적한 바와 1/10,000 달하지 못하였다. 여기에 모든 혁명사업은 반드시 구는 이미 파괴되고 신은 아직 건설되지 못한 한시기 무질서적 혼돈시대를 경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지금 연구할 문제는 어떻게 해야 신의 건설을 완전히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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