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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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이에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말을 해야 할 것인지 침묵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동·서양 모두 말에 대한 다양한 속담과 격언들이 있는 것을 보면 옛 사람들도 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침묵하자니 속에서 천불이 나고, 말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인 심정을 조선중기 문신 신흠은 "말을 해야 할 때 침묵을 지키는 것도 그르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하는 것도 그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선조들은 '입조심 하라'는 교훈으로 '입은 밥을 먹을 때 사용하고, 말을 할 때는 써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입으로 뱉은 말이 자칫 말실수가 돼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말을 할 때 신중하고 조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 거제 정치인들의 말들이 구설수에 자주 오른다. 모두 상대를 생각지 않고 무심코 한 말이거나 잘못을 벗어나려고 한 변명과 사과가 오히려 화근이 돼 돌아오는 것이다.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신중해야 한다. 신중이라는 의미가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해야 할 말은 하되,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다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해서도 안된다. 내 생각과 행동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니며 말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성격이 나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배려 없는 직언이나 충고·사과가 때로는 엉뚱한 상황으로 전개돼 난처한 입장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좋았던 인간관계가 말 한마디에 금이 가는 경우는 이 때문이다.

특히 집단을 상대로 하는 정치인들은 더욱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남의 말을 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남의 말이면 쌍지팡이 짚고 나선다'거나,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 등의 말에 대한 많은 속담들이 있다. 남의 일이나 잘못을 말하기 좋아한다는 것이다. 말이란 전해질수록 더 보태진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뒤에서 누군가를 험담하면 언젠가는 그 이야기가 당사자의 귀에도 들어가게 돼있다. 불평·불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불공평한 일을 당했을 때 바로 얘기를 하고 마음을 푸는 것이 최우선이다. 만약 불만을 제3자에게 늘어놓는다면 종국에는 부풀려져 원한까지도 살 수 있다.

다음으로 근거 없는 말은 하지도 말고, 다시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A 전 시의원에 대한 입당설 유언비어의 진위여부를 놓고 소문이 꼬리를 문다. 말을 들었다면 다시 소문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소문을 쉽게 믿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직접보고 들은 것도 냉정하고 자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 조심해야 할 것이 감정조절이다. 사람은 화가 나면 극단적인 말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감정 조절이 필요하다. 감정조절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사안이 생기면 내가 잘못된 것이 없는 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봐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면 화가 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어떤 이는 감정이 격해진 틈을 이용해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고 정당성이나 호응을 얻으려 하는 자도 있다. 이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정치인들은 특히 자기감정 조절 실패로 상대방에게 반전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당장 화를 내는 대신에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함으로써 현명하고 적절하게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옛말에 '모든 화는 입에서 비롯된다'와 '나랏님도 없는데서는 욕을 한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그 자리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살아야 한다. 시민들이 욕하는 것을 듣고 이성을 잃을 필요가 없다.

민선7기 지방자치의 새로운 출발이 이제 3개월째 접어들었다. 거제 정치인들은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를 쉽게 믿거나 함부로 전달하지 말고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어떤 일을 처리함에 있어 말 때문에 패가망신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

말은 내뱉고 나면 막을 수 없는 것이기에 자칫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말하기 전에 항상 여러번 생각해보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잘 분간할 줄 아는 정치인이 거제에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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