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투표 기간이면 생각나는 미국의 투표를 독려하는 영상 'Don't vote(투표하지 마세요)'가 생각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들, 스눕독과 같은 가수 등 유명인들에게 '투표하지 마세요'라는 대사를 하게끔 종용한다. 배우들은 의아해하고 결국 반발하게 된다.

이후에 대사는 상관 말고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서 결국 투표를 하라, 모든 1표는 소중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냥 유명한 배우들이 나와서 '투표하세요' 했다면 이 영상이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뒤집어 생각하기를 아주 잘 했기에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투표 기간이 되면 이 투표 독려 영상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중에서도 윌 스미스가 한 이야기를 보면 "투표를 안 할 거면 닥쳐"라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얼마 전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선거 독려 광고를 내보냈었다. 주변을 보면 정치인들을 욕하는 사람들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덮어놓고 투표도 하지 않았으면서 정치인들을 욕한다면 자격이 없는 행동이다. 투표라는 최소한 자신의 권리는 행사해야 욕하고 불만을 가질 권리도 생기는 것이다.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온다는 말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리고 그 주권을 갖게 해주는 가장 큰 무기가 바로 투표권이라는 말도 말이다.

투표장에 가기 귀찮다고, 혹은 공휴일로 지정된 투표일에 놀러가야 한다는 이유로, 후보자들을 모두 믿을 수 없다거나 그들을 알아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기 싫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투표장에 가서 무효표라도 던져라. 무효표는 뽑을 사람이 없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보이는 것으로 하나의 의사표시다.

필자는 '이런 사람은 투표하지 마시라'는 역설을 던지고 싶다.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정치인이 어떤 잘못을 해도, 도지사와 지방자치단체장 들이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도 입을 꾹 닫고 있을 것이라면 '투표하지 마시라'고 말이다. 또 자기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 교육계에 불만있어도 표출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어도 불만을 이야기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투표할 필요가 없다.

투표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뽑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 놈이 그 놈인데 뽑으면 뭐해'라는 극단적이고 비관적인 말도 한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해서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가 당선되든 개표 결과가 국민 전체의 뜻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사회적 혼란은 커지고 불신이 배가돼 이에 따른 불만만 팽배해질 뿐이다.

장기간 지속된 경제 위기와 사회 갈등 문제 등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물론 정부에서 풀어나가야 할 큰일들이 있겠지만, 지방에서 자치단체, 광역·기초의원들의 정치적 역량 또한 절실한 때다.

정치인들이 전유물처럼 듣는 말이지만, 필자가 이제 말을 바꾸려고 한다. '투표하지 마세요'에서 '투표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로 말이다. '선택할 대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엄청난 오류에 해당하며 정치를 퇴보시키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선택할 대상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악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똑같이 나쁜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정당이 착근하지 못해 생기는 우리나라 부동층의 유권자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반드시 미래를 선택하는 올바른 투표는 해야 한다. 막바지 요란한 선거운동에 휘둘리는 부동층이 돼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후보에 대해 제대로 알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배달된 후보들의 공약집과 면면을 차분히 따져보기 바란다. 나와 우리, 그리고 후세를 위해 조금의 시간을 할애해 볼 것을 권한다.

"반드시 투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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