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우리에게는 보리밭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겨울에 심은 보리가 땅 위로 싹을 들이밀고, 찬바람을 견디며 말목 위까지 키를 키우면 어느덧 봄이 온다.

'봄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물결 따라 봄 처녀 마음에도 어느새 초록빛 바람이 분다'는 시(詩)적인 표현도 있다. 초록빛 보리 물결을 봄처녀에 비유하는 시를 비롯해 보리풀 피리를 불며 뛰놀던 어릴 적 시절.

몸에 달라붙는 껄끄러운 보리이삭이 괴롭기는 하지만 통통하고 말랑말랑한 보리를 솥에 삶아서 달콤하게 먹었던 기억, 입 주위가 숯 검둥이가 되면서도 보리이삭을 구워먹던 보리타작의 추억 등이 가물가물하게 스쳐지나간다.

힘든 시절을 보릿고개에 비유하는 말 등 보리밭과 연상 지어지는 추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이러한 노랫말로 우리에게 익숙한 명곡이 된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의 가곡 '보리밭'도 있다. 요즘에는 향수처럼 된 보리밭의 추억을 관광 상품화시켜 보리밭 축제를 여는 곳도 여러 곳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보리가 풍년이 되려면 겨울 보리밭은 밟을수록 좋다

겨울에 날씨가 추웠다 따뜻했다 하면 보리밭에 서릿발이 생겨서 뿌리가 말라죽게 되기 때문에 보리를 밟아서 착근이 되도록 해야 다음에 성장하는데 문제가 없다. 보리 수확을 의미하는 보리타작 시기가 공교롭게도 6.13전국지방선거와 맞물린다.

여기에서 필자는 보리를 잘 키우기 위해 추운 겨울 보리밭을 밟는 농부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 비교 및 상대 검증 등을 클로즈업 시켜 본다.

선거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내가 필요한 후보를 선출하려면 공약 검증은 필수다. 선거가 임박해지면서 상대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도 서서히 움을 틔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공격을 받는 후보에게는 네거티브일지 모르겠지만, 공격을 하는 후보는 검증을 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정당화 시킨다. 완전 허위의 사실을 흠집내기 차원에서 하는 행위를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31일부터 공식 선거가 개시되면서 유세 현장에서 불꽃이 튈 것이다. 그야말로 다양한 군상의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이 만나는 민심의 바로미터다.

후보들은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자기가 살 수 있기 때문에 죽기 살기 각오로 선거에 임한다.   이 가운데는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얼굴을 알리며 선거 레이스를 완주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는 것 자체에 만족하고 이로써 평생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벼랑 끝 투혼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정책 공약이련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것은 '의혹'과 '폭로'가 될 수도 있다.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진흙탕싸움을 자초하는 일명 물귀신 작전도 벌어진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유권자의 현명한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우는 말이다.

현명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후보들의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공약보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따져봐야 한다.

후보들이 막판에 들고 나올 네거티브 선거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아련한 추억에 남아있는 보리밭 밟기를 선거에 대입해 보자. '선거는 축제다'라는 말이 있듯이 유권자가 손을 잡고 즐겁게 보리밭을 밟아 보자. 그래야 뿌리가 단단해진다. 보리밭은 밟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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