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우리가 예로부터 많이 듣던 말 중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라는 뜻으로, 임금·스승·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스승을 임금이나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예우한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

그러나 요즘 세대에는 군사부별체(君師父別體), 또는 군사부다체(君師父多體)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임금(대통령)을 임금같이 보지 않고, 스승을 스승같이 여기지 않으며, 부모를 부모같이 공경하지 않는 세태가 만연해 있기에 일체(一體)가 아닌, 별체(別體)·다체(多體)라는 표현을 빌어 비유하는 것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5월은 지난해 장미대선이 치러진 지 1주년이 되는 달이기도 하지만, 바야흐로 6.13 전국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정국이다. 또 8일은 어버이 날이 낀 가정의 달이다. 이어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그래서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절실하게 생각나는 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君에 해당하는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국회의원)는 지난달 28일 서울역 등지에서 열린 제56차 태극기집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6·15 선언을 지키자고, 10·4 선언을 지키자고, 그러면은 200조 들어간다"며 "이 인간이 정신이 없는 인간이다. 핵 폐기 한마디도 안 받아오고 200조를 약속했다. 이런 미친 XX가 어디에 있느냐"고 막말을 했다.

아무리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현직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師(스승)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지금의 교육계는 학생이 교사에게 대드는 것은 둘째 치고 심지어는 교사를 폭행하는가 하면, 학부모 역시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전국 곳곳에서 교권이 무참하게 짓뭉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은 불만을 교사에게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표출했고,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로 교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사들은 교내 혹은 길거리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하면 적당히 못 본척 스쳐가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한다. 자칫 학생들이 대들거나, 훈육하는 과정에서 반발에 직면해 과잉 대응했을 경우, 곧 바로 SNS로 퍼져 오히려 곤혹을 치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제지간이 서로 적당히 피해가는 사이가 된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이라 할지라도 일반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행위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ㆍ일명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최종적인 유권해석이 나왔다.

당연히 예전의 치맛바람처럼 교사에게 촌지와 과잉선물은 잘못된 관행이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제자가 스승에게 꽃 한 송이 줬다고 죄가 되는지 되묻고 싶다. 단순히 카네이션을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정서 속에 뿌리내린 아름다운 전통이 사라지게 함으로써 사제지간의 정(情)·신뢰·존중·감사의 학교문화를 잃게 될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면 父에 해당하는 부모에 대한 자식과 사회의 인식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용돈 잘 주고, 재산 많이 물려주는 부모는 좋은 부모요, 그렇지 못한 부모는 멸시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러다 보니 우리 선조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으로 강조했던 君師父一體라는 의미는 '그저 그런 말이 있었는가 보다'라는 정도로 퇴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의 계절, 가정의 달, 스승의 날을 맞은 5월에 우리는 서로 각자의 편리에 맞게,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기본과 윤리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대통령과 스승, 그리고 부모가 존경받고, 5월이 오면 후세들이 감사의 은혜로 보답하는 풍토가 만들어지도록 어른들이 먼저 고민하고 노력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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