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청명한 하늘 아래 가족과 꽃길을 거닐며 봄의 향기를 만끽하는 것은 우리 서민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이러한 행복을 어쩌다 한 번 생기는 행운으로 만들어 놓았다.

2016년 기준 경남 지역의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는 미세먼지(PM10) 45㎍/㎥, 초미세먼지(PM2.5) 25㎍/㎥로, WHO 권고기준(10㎍/㎥) 대비 2배 이상 높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주의보 발령 횟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꽃가루까지 더해져 시민들의 야외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일상의 행복을 빼앗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초미세먼지는 폐뿐만 아니라 혈관, 뇌까지 침투해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국제암연구소 (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따라서 미세먼지 예보는 일상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보가 됐다. 거제시도 아주동 지역을 중심으로 경남 최고의 미세먼지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세먼지를 생각하면 답답한 가슴과 함께 시야까지 흐려지는 기분이다. 그런데 거제지역은 미세먼지 이외에도 또 다른 문제가 시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게 하고 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공무원들의 각종 뇌물사건을 비롯한 금융기관 수장의 이권 챙기기 사건 때문이다.

30년 동안 거제지역 관급공사를 해온 A전기공사업체가 거제시청 전·현직 공무원 30명에게 뇌물을 제공한 내역이 적힌 수첩이 최근에 공개돼 시를 발칵 뒤집어 놨다. 지난해 검찰은 A전기공사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거제시공무원 3명을 입건, 2명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종결되는 듯 했다.

그렇지만 입건된 3명 이외에도 이 업체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되는 거제시 공무원이 무려 30명도 넘는다는 업체의 내부자 고발이 나왔다.

내부자격인 B씨는 2년 동안의 통장내역과 업무 다이어리·달력·380여건의 통화녹음 자료 등을 바탕으로 A업체에서 돈을 전달했던 공무원 명단을 작성했다. B씨가 작성한 노트에는 공무원 이름과 직책, 누가 전달했는지 등이 함께 적혀 있다. 심각한 것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 일어난 일인데도 시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거제시청 건축과 계장이던 모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아파트 시행사 대표 와 이 업체 직원으로부터 아파트 건설 관련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가족 프랑스 여행 항공권을 비롯해 현금과 골프 접대 등 2247만 원 상당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19일 징역 1년과 벌금 및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여기에다 거제수협 조합장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사회연대포럼은 지난 20일 오전 11시 창원지검 앞에서 거제수협 조합장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 조합장이 지난 2015년 취임과 동시에 조합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소유한 모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2억 4400여 만 원 손해를 끼치는가 하면 수협마트 코너 매장 운영권을 친척 등 지인에게 주고, 매장 수수료를 다른 위탁업체보다 낮게 받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거제시민들이 들이마시는 미세먼지는 육체를 힘들게 하겠지만, 공무원과 조합장의 비리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헤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부산의 한 대학이 미세먼지나 환경호르몬 같은 유해물질이 닿으면 색깔이 변하는 스마트 창문이 개발될 길을 열었다고 한다. 인간 코로는 감지할 수 없는 ppb(10억분의 1) 단위의 극미량 화합물을 검출할 수 있어 물질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종류까지 구분이 가능한 획기적인 기술이다.

이 기술개발 소식을 접하면서 반가움과 함께 공무원들과 정치지도자, 경제인, 사회적 리더들의 청렴성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국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가 뇌물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되자 즉각 성명을 내고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거제시 공직사회,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하는 '청렴 회복'을 약속했다.

사건이 터지면 말로만 청렴을 외칠 것이 아니라, 제발 스스로 깨끗하게 정화되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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