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민 편집국장
정종민 편집국장

아무리 눈보라가 몰아쳐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봄은 온다. 이것이 계절의 섭리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의 엄동설한을 이겨내면서 거제에도 봄이 오고 있다. 아니, 거제의 동백과 홍매화가 활짝 핀 걸 보니 봄이 벌써 왔다.

올해 거제의 봄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먼저 세계적 조선경기 악화로 거제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끝없이 추락하던 저점을 찍고 다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양대 조선소의 올 들어 70여일간의 선박 수주실적을 보면 지난해 1년 동안 수주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여서 '골든위크'라는 단어를 언론에서 자주 접한다. 이로 인해 대형선박 수주량에서 한국이 1위 자리를 다시 찾았다는 낭보도 전해진다.

물론, 선박을 수주하고 나면 설계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생산으로 이어지려면 1년이 지나야 생산현장에 파급효과가 나온다. 여기에다 거제지역 경기 부양까지 접목돼 시민들이 체감경기를 느끼려면 2년 정도의 여정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거제 조선업 부활에 따른 활황을 기대하려면 돌발변수도 없어야 한다. 과거 유가 하락으로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과의 드릴십 인도가 파국으로 치달았던 사례와 같은 사단이 재발하거나 원·달러 환율 급락 등의 변수가 나타나면 많은 수주에도 불구하고, 부실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내건 자구책을 이행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조선소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근로현장을 떠나는 눈물과 아픔을 겪는 등 그야말로 혹한을 견뎌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양대 조선사가 기대 이상의 선박 수주로 인해 부활의 징조가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분명 거제지역의 운명이 달린 조선경기의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그렇지만 겨울 보리밭은 밟을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다. 겨울에 날씨가 추웠다 따뜻했다 하면 보리밭에 서릿발이 생겨서 뿌리가 말라죽게 되므로, 보리를 차곡차곡 밟아서 착근이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조선업계에 봄이 오고 있지만 아직 완연한 봄이 아니기 때문에 겨울 보리를 밟듯이 어려운 숙제를 돌아보며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봄맞이를 준비해야 할 것을 권유한다.

거제 정치계도 올해 예외 없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른다.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자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들이 예비후보 접수와 함께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새로운 거제 정치계의 태동을 위한 봄이 시작된 것이다.

먼저 거제시장 선거는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 3선 도전을 하지 않고 도지사 출마를 위해 지난 8일 사직했다. 이로 인해 무주공산이 된 거제시장 쟁탈전에 10명 가까운 인사들이 대열에 합류했다.

거제시민들은 시장선거의 봄에 움을 틔는 출마 후보들의 새싹을 벌써부터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고르고 있다. 도의원과 시의원에 뜻을 품은 후보자들도 기지개를 켜며 표밭을 일구고 있다. 거제를 이끌어 갈 정치 지도자들의 봄이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이다.

바른 '정치 나무'와 무성한 '정치 숲'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봄에 시작되는 밭 일구기와 여기에 뿌리는 씨앗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선에 이어 관광도시를 꿈꾸는 거제를 위한 춘풍(春風)도 불고 있다.

거제 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계룡산 정상 부근을 연결하는 왕복 3.54㎞ 길이의 거제관광모노레일이 준공식을 마치고 곧 개통한다. 거제 케이블카 사업(동부면 학동고개~노자산 전망대까지 1.54㎞)도 민자 600억원을 유치해 착공, 2020년 개통 예정이다. 이밖에도 한화리조트 건설, 장목관광단지·거제자연생태테마파크 조성사업 등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봄을 맞아 거제지역의 경제·정치·관광행정 등 다방면에서 春風和氣(춘풍화기 : 봄날의 화창한 기운)가 샘솟고 있어, 가을에는 보다 풍성한 수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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