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삼국지(三國志)에 보면 최고의 명제상이라는 제갈공명이 직접 출납장부를 조사하는데 주부(主部) 직을 맞고 있는 하급관리인 양과라는 자가 아뢰기를 "통치에도 체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각자 해야 할 영역이 따로 있어 사내 종은 밭을 갈고, 계집 종은 밥을 짓고 닭은 새벽을 알리고, 개는 도둑을 지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주인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할 수 없거늘 어찌 지체 높으신 제갈공명 선생께서는 이렇게 직접 하시려 합니까?"라고.

불필친교(不必親校)다. 최고의 지도자는 모든 일을 직접 챙겨서는 안된다는 말로 직접 할 일과 맡길 일이 따로 있다는 말이며, 지도자가 빠질 수 있는 독선, 권력남용을 꼬집은 말이기도 하다.

어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필친교의 무시가 오늘의 사태를 가져왔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장관은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모든 일을 직접 다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리더로, 말단 직원의 업무일지까지 간섭하려는 사장과 다를 바가 없어 제자리의 역할을 하는 분수와 명분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절차를 무시한 측근들의 권리남용, 소통을 잃은 국정운영은 국민에 의해 심판을 받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제3자 뇌물수수 포함) 등의 13개 죄목의 범죄혐의 주역이 돼 2017년 오늘의 뉴스 메인자리를 장식하고 있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불필친교라는 고사성어는 대통령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작게는 아이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부모도 생각해야 하는 말이며 지방자치단체장·기업 CEO 등 가정에서부터 모든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덕목이다.

그중에서도 시민의 행복과 미래를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이 덕목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 행정을 펴 나감에 소통의 중심에 시민과, 주민이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 체계와 달리 조금은 느슨하고 대충적인, 조금은 관습적인 요소가 지자체장이 독선을 부른다.

구속된 박 전 대통령조차도 나라살림을 한다며 중앙언론의 감시기능을 놀리듯 한참을 놀았다. 그렇다고 치면 지자체장에 대한 감시야 어떻겠는가. 지역 언론의 역할이 미약하다보니 감시기능과 견제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중앙언론에서 비치는 지방자치의 문제는 사고가 난 후에 보도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의 입장에서야 공약 이행·차기 선거 등 여러 이해관계에 있다보니 참모격인 간부나 직원들의 업무수행이 마음에 차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리더가 되기 쉽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담당공무원과 생각을 달리하는 시정은 효율성이 없다. 승진과 인사는 단체장 개인의 생각이 법이다. 물론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사회적 여론과 형평성은 무시되기 쉽다. 승진이라는 시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충성하는 자와 충성을 강요 당하는 자, 두 분류로 나눠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제의 미래를 내다봐야 할 개발사업, 도시개발 계획이 단체장의 독선에서 결정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시민들이 보내는 의혹의 눈초리에도 자신은 알지 못한다.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 '나 아니면 안 된다'라며 귀 닫고 눈 감는다. 얼마 전 함안군수의 사건에서 단체장이 선거로 인해 타락하면 얼마만큼의 문제를 보여줄 수 있는지 우리는 보았다.

단체장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으로 경청과 배려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장과 소장·과장·담당직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지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선출직 단체장이 표심과 후원자들을 의식한 공약·인기에 너무 연연하다 보면 공약이행이라는 덫에 발목이 잡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 문 대통령은 공약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받아들여 발표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도 리더의 공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공약도 수정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1년도 남지 않는 지자체 단체장 선거에 공약에 연연하지 말고 반대편에 서있는 유권자들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오는 선거를 준비하면 어떨까.

역사에 남을 지도자는 본인 없이도 적재적소에서 모두가 소신을 가지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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