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영 편집국장

▲ 최윤영 편집국장

지난주 민선 6기 권민호 시장의 공약사업 진행률에 대한 자료가 공개됐다. 임기 1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공약 66건 중 23건이 완료, 42건 추진 중, 1건은 보류, 완료 35%. 수치상으로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

그러나 완료 35%는 민선 5기부터 추진한 사업이고 6기에는 4건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4건의 사업 또한 시민신문고 설치, 기초질서 확립 범시민운동본부 설립, 안전관리 민관협력위원회 설치, 웰빙 토요장터 운영 등 그다지 어렵지 않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사업 대다수는 모두 5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는 바꿔 말해 국도비가 필요한 굵직한 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세일즈를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거제 시민의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병원과 4년제 국립대학 분교 유치 같은 굵직한 사업은 전혀 진척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안 되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간만 끌고 가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학동 케이블카 사업이다. 이미 10년도 전에 사업이 확정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2015년 정해진 민간사업자는 착공식만 하고 공사 시작도 못하고 사업자금을 모두 탕진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여기에 어렵게 구한 새로운 사업자는 합의점을 찾지 못해 포기선언을 했음에도 거제시는 새로운 사업자 물색을 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이유가 표를 의식한 정치인의 행보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학동케이블카 사업자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내놓은 적이 없다. 지난 3월에는 거제시가 사업자에게 사업이행보증보험증권 제출을 요구했지만 증권 발급기관인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심사를 거부당해 이행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거제시는 학동케이블카 사업의 허가를 취소하지는 않았고, 그 대신에 기존 회사를 인수할 새 사업자를 물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떤 시민은 거제에서 케이블카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웃 도시보다 결코 늦은 시기가 아니었지만 이제 이만큼 늦어졌으니 안 될 사업은 접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자는 권민호 시장의 공약 이행률이 낮아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거제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청렴한 거제 일 잘하는 권민호, 내가 비리를 저질렀으면 시민들 앞에서 자결하겠다는 식의 자화자찬과 극단의 말은 삼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또 무조건 예스맨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쓴소리 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마지막 임기를 장식해 볼 것을 주문하고 싶다.

소설 삼국지를 보면 촉한(蜀漢)의 암군(暗君·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 유선과 환관 황호의 이야기가 나온다. 황호는 유선의 눈과 귀를 막고 나라를 멸망으로 내몰았다. 충신 동윤이 살아있었을 때는 몸을 사렸지만, 그가 죽자 본격적으로 전횡을 일삼았다. 대장군 강유가 유선에게 황호를 버릴 것을 청했지만, 강유는 오히려 지방으로 쫓겨났고 다시는 수도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 번은 강유가 진(晉)의 전쟁 준비 사실을 알렸으나, 황호는 외침은 없을 것이라는 무당의 말을 유선에게 전했다. 이듬해에 전쟁이 일어났고 촉한은 멸망했다. 이처럼 리더가 직언을 멀리하고 간언을 가까이 하면 조직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최근 한 모임에서 원로 한 분이 거제 사회는 어른이 없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잘못 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경륜이나 학식 있는 사람의 부재를 뜻한다. 원로는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는 마이동풍(馬耳東風)식 지도자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익히 촛불시위로 잘 알고 있을 텐데 거제의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의 행태는 별반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에 대해 어른의 신랄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거제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올바른 지도자가 필요하다.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바로 잡아주고 또 경륜과 학식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어른도 필요하다.

거제사회가 더 이상 어른이 없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이익을 쫓는 사람들의 놀이 광장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 정립과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인에 대한 청렴도, 그리고 공직자들이 가져야 할 바른의식에 대해 26만 시민과 소통하는 지도자를 우리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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