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 대형 조선소를 건설하겠다던 대주그룹이 적정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온갖 루머가 무성하다.

당초 대주측은 사등면 청곡, 청포일원 50여만평에 파나막스급(파나마 운하 통과가능 선박), 즉 5-10만톤급 건조규모의 중형조선소 건립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1백만평 조선소에 10-30만 톤급, 대형조선소 건립으로 변경, 지난 2월24일 경남도와 거제시, 그리고 대주그룹간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며 3백20만 도민들의 기대를 부풀렸다.

그런데 최근 대주측은 느닷없이 사등만 일대는 4백여건의 어업권이 산재, 피해 보상액만 2천억원으로 사업성이 없다며 거제시에 사곡만을 조선소 부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부터 은모래가 펼쳐졌던 사곡만에는 거제시민의 정서가 녹아 있는데다 적지만 큰 모래사장은 시민의 심장·휴식처나 다름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주측이 하청면 개안만을 외면하고 끝까지 사곡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거제를 떠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주측은 개안만은 인근에 칠천도가 있고 또한 산이 많아 조선배후 도시건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개안만에는 칠천도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해역이 즐비하고 인근 산은 다듬으면 더 좋은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쌀을 건지는 조리는 있어도 입 건지는 조리 없다’는 말이 있다. 마음이 변해 떠나려 한다면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대주측이 마음이 변했다면 경남도민, 특히 거제시민들의 속이 시원해질 수 있도록 속셈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말이 있다’는 우리의 속담 같은 변명은 지금 거제시민에게 통할 수가 없다. 조선소 건립 계획 자체가 ‘도지사와 시장 선거 들러리’였다면 이도 당당히 밝히고 떠나는 것이 바람직한 처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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