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겨울철 최고의 건강 선물 중 하나인 유자.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향이 일품인 유자는 감기에 효과가 좋아 겨울이 다가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과일이다. 특히 비타민 C가 레몬보다 3배나 많이 들어가 있어 피부 미용에 좋고 피로감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노화와 피로를 방지하는 유기산과 비타민 B·당질·단백질 등이 다른 감귤류 과일보다 많이 함유돼 있다. 모세혈관을 보호하는 헤스페리딘이 들어 있어 뇌혈관 장애와 풍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유자는 주로 얇게 저며 차를 만들거나 설탕에 절임을 해 차로 먹는 게 대부분이다. 유자는 밝은 노랑색에 껍질이 울퉁불퉁하지만 향기가 좋으며 과육이 부드럽고 신맛이 강하다. 원산지는 중국 양쯔강 상류다.

우리나라에는 840년 장보고 장군이 중국 당나라 상인으로부터 얻어와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중국·일본에서 생산하는데, 한국산이 가장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전남 고흥군이 전국 생산량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다.

한때 거제유자는 지역민들의 효자산업이었다. 유자나무 몇 그루만 재배해도 자식들 대학 보낼 걱정이 없다고 할 정도의 호시절도 있었다. 현재 거제지역 유자재배 면적은 128㏊다. 한때 300㏊넘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수치다.

현재 거제유자 산업은 매년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1㎏당 3500원에 수매되기도 했던 거제유자. 지금은 1㎏당 1500원이 손익분기점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수매 단가가 낮아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물량이 모자라 운영장을 폐쇄하는 업체가 속출하기도 하는 등 거제유자도 위기의 시기가 있었다.

이에 거제시는 지난 2009년부터 고품질 유자클러스터 산업육성을 위해 2014년까지 총 16억4800만원을 투입했다. 이 사업으로 친환경 재배시스템과 과원관리 표준화 모델, 위해요소 관리 시스템 등이 구축됐다. 거제유자연구회가 구성됐고, 고령화된 재배농가에는 파쇄기와 모노레일 등이 설치됐다. 폐쇄되고 방치된 업체의 부지를 임대해 저온저장고가 운영됐고, 기존 반제품 생산은 완제품 생산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봄날을 맞을 것 같았던 거제유자는 다시금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매년 낮아지는 수매금액에다 농가 고령화, 자연재해 등으로 올해 거제지역 유자농가는 큰 시름에 잠겼다. 올해 유자 수매금액은 1㎏당 최고 1300원에서 최저 850원으로 형성된 상태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최대 유자 생산지인 전남 고흥군은 본격적인 유자 수확철인 11월이면 대도시를 방문해 판촉행사를 전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고흥군은 유자생과와 유자차 판촉행사에 그치지 않고 유자차 담그기 체험도 함께 진행해 현지인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 같은 고흥군의 노력은 고흥 유자의 명성을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흥군은 전 직원 유자생과 사주기 운동과 전국 향우회원 서한문 발송, 유관 기관단체 및 자매도시에 대한 유자구매 협조 등 다양한 판매촉진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제시를 방문해 유자산업을 벤치마킹했던 고흥군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이다. 고흥 유자가 전국적 명성을 떨칠 동안 거제유자는 제자리걸음 또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거제는 예로부터 유자의 고장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유자 재배에 적합한 기온과 일조량을 보유한데다 유자의 맛과 향에 깊이를 더해주는 해풍까지 갖춘 덕분이다. 유자나무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에는 3~4시간이면 가지가 고사한다.

연평균 기온이 13.9도인 거제는 냉해걱정이 없다. 전국 최고수준의 일조량과 연중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거제유자의 품질을 최고로 유지해주는 천혜의 비결 중 하나다. 조선시대 역사서인 '세종실록'에는 당시 유자 주산지로 경남 거제와 전남 고흥을 꼽고 있다. 성종 때 편찬한 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에도 질 좋은 유자 산지로 거제를 지목했다.

전국 유자 생산량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거제유자. '대학나무'로 불리며 귀한대접을 받은 거제유자의 명성을 옛 영화로 돌리기는 곤란하다. 거제유자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이 시급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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