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후한의 순제 때 장해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조금 특이한 인물이었다. 학문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도술에도 상당히 조예가 깊었고, 벼슬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어 임금이 여러 번 사람을 보내 등용하려고 해도 병을 핑계로 끝까지 출사하지 않았다.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긴 장해의 명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학문을 배우고자 찾아오는 젊은이가 줄을 이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의 문하생만 해도 100명이 넘을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학문을 좋아하거나 장해라는 인물에게 호기심을 느낀 선비·귀족·조정 대신들까지 그를 만나 유익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곤 했다.

장해는 그것이 싫어 화음산 밑에 있는 고향으로 낙향한다. 그래도 그를 따르려 하거나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벽촌까지 기를 쓰고 찾아가는 바람에 그의 집은 항상 잔칫날 같았다. 그 극성스러움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장해는 마침내 화음산 속으로 잠적한다.

그런 다음 도술로써 자기 거처 주변 '사방 5리 정도를 안개로 덮어'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그 안개를 '오리무(五里霧)'라고 했는데, 나중에 사람들이 가운데 중(中)자를 덧붙여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 했다고 한다.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토교통부가 금융기관의 재원조달 확보 방안과 실수요 기업에 대한 검증, 보완 조건 등을 요구하면서 국가산단 승인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양플랜트 산업단지의 국가산단 승인 여부는 올 연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침체된 국내 조선산업이 좀처럼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는 부분도 국토부의 결정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사업을 위해 거제시는 지난 4월4일 국토부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후 7개월째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산업단지 특례법에 따르면 산업단지 지정을 신청한 경우 지정권자인 국토부가 6개월 이내 승인여부를 통지하도록 돼 있지만 그 기한을 넘긴 것이다.

시는 현재 중앙부처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62개 부서와의 협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의 산업입지정책과와 산업단지개발지원센터·해양수산부 연안계획과·환경부 등 5개 부서와는 여전히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는 국토부의 사업보완 요구에 맞춰 실수요자 수요 추정 및 타당성 분석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시는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달 말께 마무리 협의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와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해수부의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 반영과 환경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심의 통과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사업은 사업비 약 1조8350억원을 들여 사등면 사곡만 일원 570만㎡ 부지에 해양플랜트산업 및 연관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산업시설용지는 전체면적의 41.5%에 해당하는 236만㎡다. 국토부의 지적대로 실수요자 기업의 참여는 중요하다. 실수요자 기업이란 산업단지 용지매입을 목적으로 한국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사업협동조합에 출자보증금을 납입하고 출자계약을 체결한 기업이다.

지난 8월말 기준 33개 기업이 이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업으로 구성된 국가산단사업협동조합은 총사업비 조달과 실수요자 확보를 책임지게 된다. 현재 산업시설용지 공급면적(227만㎡) 대비 실수요자 기업의 신청면적은 108%다.

33개 실수요자 기업이 평균 약 687㎡(2만여평)를 우선 분양받는다. 이 경우 산업시설용지 평당 예상분양가 160만원을 적용하면 개별업체당 320여억원의 분양대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만평을 분양받는다 하더라도 16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조선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관련 업체들이 과연 이 같은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거제시도 실수요 기업 중 30% 정도의 이탈을 예상하고 추가로 기업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국가산단 사업이 승인고시되면 입주를 신청하는 기업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과 함께 말이다.

이같은 거제시의 희망적인 전망이 현실로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리(五里)를 덮고 있던 자욱한 안개는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