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민 칼럼위원

▲ 이용민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11월4일과 5일 양일간,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국립오페라단의 '토스카'를 공연한다.

푸치니(1858~1924)의 걸작 오페라인 '토스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와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같은 유명한 아리아로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이미 예술의 전당 공연을 마쳤고 지방투어 중 거제방문이 성사된 것 같다. 어쨌든 오페라를 흔히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울공연과는 주역 성악가들 일부가 바뀌었지만 프로필을 찬찬히 살펴보고 동영상으로 검색해 보니 기대해도 좋을 만한 라인업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는 '베리스모 오페라의 걸작'이라고 토스카를 소개하고 있다. 베리(Veri)는 이탈리아어로 '진실'이다. 예술사적으로 표현하면 '사실주의'로 표현할 수 있다. 토스카는 낭만주의 오페라의 허황된 판타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20세기 오페라의 여명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푸치니는 이탈리아 루카에서 태어났다. 많은 대가들이 그러하듯이 푸치니의 아버지도 음악학교 교사로 종교음악을 주로 하는 작곡가였다. 앙제로니에게서 음악을 배우면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푸치니는 베르디의 '아이다'를 보고나서 본격적으로 작곡가가 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푸치니는 토스카 이외에도 인류사에 빛날 위대한 오페라 '라보엠'과 '나비부인' 그리고 미완성으로 남긴 '투란도트'까지, 가히 오페라의 전설이라 할 수 있다.

푸치니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극장을 위하여 작곡할 것을 신에게서 명령받은 사람" 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극장 내의 음향 상황과 흥행을 위한 동물적 감각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대본의 선택이나 주인공이 부르는 아리아가 최고의 클라이막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꾸미는 장치는 단순히 작곡행위로만 볼 수 없는 프로듀스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푸치니는 토스카뿐만 아니라 미미, 나비부인, 안젤리카 같은 시대를 초월한 매력적인 여주인공들을 생산해 내었다. 뿐만 아니라 '나비부인'과 '투란도트'에 등장하는 아시아적 공간과 음악어법을 통해 이국적인 정서로 동서를 묶어내며 일찍이 글로벌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토스카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시대의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800년 6월 17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벌어지는 음모와 사랑 그리고 죽음을 다루고 있다.

유명 여가수 토스카(소프라노)와 화가인 카바라도시(테너)는 연인 사이다.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바리톤)는 생 앙주감옥에서 탈옥한 옛 로마 공화정의 영사인 정치범 안젤로티를 쫓고 있다.

스카르피아는 국가행사에서 독창자로 등장하는 토스카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취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호색한이다. 당연히 카바라도시는 눈에 가시이다. 연적인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엮어 교수대에 보내고 토스카를 차지할 계략에 토스카는 넘어가고 만다.

나중에 속은 걸 안 토스카는 스카르피아에게 뇌물을 주며 카바라도시의 구명을 청하지만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의 몸을 원한다.

연인은 살려야 하고 몸을 허락하기에는 너무 끔찍한 상황에 놓인 토스카가 하늘을 원망하며 부르는 아리아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이다. 얼핏 낭만적인 제목의 아리아지만 사실은 절절한 아픔을 담은 절규 같은 노래인 셈이다.

토스카는 스카르피아를 속여 카바라도시를 구할 방법을 만들어 놓고는 스카르피아를 찔러 죽인다. 하지만 간교한 스파르피아는 속아 넘어간 게 아니었다. 결국 카바라도시도 총을 맞아 죽고 토스카도 체포당하기 전에 성에서 몸을 던져 죽음을 맞는다. 하루밤 사이에 주인공 세 사람이 모두 죽음을 맞는 비극적인 이 오페라는 그래서 에피소드도 많다.

공연 중 토스카가 감정이입이 과잉되어 실제로 스카르피아의 배에 칼을 꽂는다거나, 카바라도시의 처형 장면에서 실제 총알이 발사되어 총상을 입는다거나 토스카가 약속된 곳으로 떨어지지 않아 골절상을 입는다거나 하는 등 무대 위에서 사고가 많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시대를 조금 더 현대로 옮겨 놓았다는 전언이다. 무대도 요즘 트랜드가 반영되어 심플하게 제작되었다고 한다.

오페라에는 요즘 우리가 즐기고 있는 엔터테인먼트들의 원형이 거의 다 녹아 있다. 11월 첫 주는 거제문화예술회관으로 발걸음을 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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