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일 편집국장

최근 언론에 공개된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은 외국계 회사인 맥킨지는 해당 보고서에서 국내조선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살아남기 힘들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보고서 초안에 "조선업 불황으로 3사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대우조선은 그룹사도 없고 재무구조도 취약해 3사 중 가장 살아남기 힘들다"며 "대우조선을 매각하거나 분할해 파는 등 2사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내용의 맥킨지 보고서 초안에 대우조선해양은 즉각 반발했다. 이번 컨설팅이 전혀 터무니없는 가정 하에 진행됐고, 조선사의 향후 전략과 자구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사항이 많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맥킨지 보고서는 과거 5년 동안의 매출 구성 및 영업이익률 등 기업실적이 향후 5년 동안 그대로 반복되고, 시장상황 악화와 맞물려 사업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납득하기도 어렵고 수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최종 보고서는 발표되지는 않았다. 국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할 맥킨지 보고서는 당초 8월 발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반발 등으로 최종안을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조선 3사와 의견 조율을 거쳐 이달 말쯤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국내 조선산업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양사제체로 개편될 경우 과연 대우조선해양 처리의 뒷감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양사제체 개편론은 대우조선해양의 청산이나 매각을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전체 혹은 일부 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크게 상선과 해양플랜트, 특수선(방산) 부문으로 사업이 구성돼있다. 특수선부문의 경우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로 설립한 뒤 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이 이미 세워져 있다. 이를 감안하면 조선3사 체제를 양사체제로 개편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상선부문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분야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수주잔량을 봐도 LNG선박의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대우조선해양은 9월 말 기준 모두 89척(163억 달러)의 상선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LNG선박은 모두 51척으로 전체의 57%가 넘는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모두 상선 수주잔량에서 유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 가운데 누구라도 대우조선해양의 상선부문을 인수하게 되면 LNG선박의 건조기술을 흡수해 조선부문의 사업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고 있어 대우조선해양 상선부문을 인수할 여력이 사실상 없다. 현대중공업은 국내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인력을 2000명 이상 감축한 것은 물론 사업부도 분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현재의 불황에서는 조직규모가 너무 크다고 보고 2018년까지 현재 인력의 30~40%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조직규모 축소작업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물론 정부에서 대우조선해양 상선부문 인수를 대가로 지원을 약속할 경우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국민혈세를 또 집어넣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커질 수 있어 정부의 선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거나 분할해 지금의 '빅3' 구조를 '빅2'로 정리하는 방안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2강(强)과 사업을 재편한 대우조선해양을 1중(中)으로 한 3사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회복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조선업황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어떠한 자구노력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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