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가을이다. 지난 여름 지독했던 무더위는 오간데 없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 코스모스 향기가 묻어나고, 아침저녁으론 제법 선선한 기운까지 감돈다. 신록으로 물들었던 산야는 단풍으로 물든 준비에 한창이다.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계절이 돌아오자 전국 곳곳에서도 각종 축제가 한창이다. 각 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축제판을 벌이며 전국의 행락객들을 유혹하는 요즘이다.

전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것은 비단 축제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잘 짜여진 관광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관광 인프라는 관광객들의 선택을 받는 필수요건이 된지 오래다.

최근 들어 모노레일 설치 사업이 자치단체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모노레일은 관광지 사이를 보다 쉽고 편하게 이어주는 이동수단이다. 특히 모노레일은 이동 수단을 넘어서 하나의 여행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는 탑승 시간에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재미요소를 녹여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모노레일 성공 케이스로는 동굴을 달리는 삼척 대금굴 모노레일과 비봉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제천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이 꼽힌다. 대금굴 모노레일은 동굴을 테마로 꾸며져 있다. 삼척의 산을 굽이굽이 돌아 어둠 속 동굴로 들어가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은 3km의 긴 길이를 자랑한다. 탑승시간만 해도 편도 25분에 달한다. 모노레일은 비봉산의 푸른 자연 속을 가로질러 해발 531m인 정상까지 연결돼 보다 쉽게 산에 오를 수 있게 해준다. 레일 중간중간에는 비봉산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이동하는 구간이 있어 마치 절벽을 오르는 듯한 스릴감도 맛볼 수 있다.

모노레일이 이동하는 코스 바로 옆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모노레일 끝인 산 정상에서는 제천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하게 산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보는 청풍호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은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KBS 2TV '1박2일'을 통해 전국에 전파를 타면서 월 평균 7000명이 이용했다. 주말에는 사전 예약 없이 현장을 찾았다가 모노레일을 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이 400~5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2년 조성된 이 모노레일은 총사업비 46억2800만원(국비 18억원, 도비 1억5000만원, 시비 26억7800만원)이 투입됐다. 비봉산 입구인 도곡리에서 산 정상까지 6인승 전기 모노레일 7대를 설치했다. 또 마을 앞에 패러글라이더 활공훈련장과 주차장이 조성됐다.

현재 모노레일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는 많다. 인근 통영시의 경우 사업비 70억원을 투입해 내년 3월부터 욕지도에 모노레일을 설치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욕지면 천황산 일원에 관광용 모노레일 총연장 2.0km의 순환식 궤도와 상·하부역사, 휴게시설,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경남 합천군도 영상테마파크에 모노레일 설치를 추진하며 업무협약까지 마무리했다. 합천군 용주면 가호리 영상테마파크와 청와대 세트장을 연결하는 길이 430m의 모노레일이 들어서는 것이다.

제천시와 가까운 충주시도 충주호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주시는 충주호 주변에 관광 모노레일 설치를 추진키로 하고 민간사업자와 투자 협의를 벌이고 있다. 충주시는 조만간 투자의향서를 제출받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기로 한다는 방침이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도 계룡산 모노레일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총 사업비 95억원을 투입해 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계룡산전망대를 연결하는 모노레일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공사의 사업 능력과 환경훼손 문제 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훼손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2014년 8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한 놀이시설 '아바타포'의 실패는 개발공사 사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한 요인이다. 타 지역 모노레일과의 차별성도 부족하다.

단지 모노레일 사업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만큼 우리도 나서 보겠다는 인상이 짙다. 수박 겉핥기식의 사업계획으로는 계룡산 모노레일이 개발공사에게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가 될리 만무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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