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15년 만에 국내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발생 진원지가 거제라는 것이다. 섬이라는 특성상 수산물, 특히 회 소비가 많은 거제로서는 치명적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콜레라 환자는 모두 거제지역에서 잡힌 것으로 추정되는 해산물이나 생선회를 먹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콜레라=생선회'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퍼져나간 상태다. 지역 횟집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어민들도 바다에 나가지 않아 명절 제사상에 올릴 생선을 사기도 힘든 실정이다. 지난달 22일 첫 콜레라 환자 발생 이후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명확한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당국의 무책임한 발표가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질병관리본부는 세 번째 콜레라 환자 발병과 관련한 브리핑을 가졌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최초의 콜레라 환자와 지난달 25일 두 번째 환자 모두가 지역 해산물을 먹은 것으로 확인된 상태였고,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세 번째 환자 역시 거제시민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거제 인근 바닷물 오염이 유력한 감염경로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콜레라는 해산물을 날것이나 조리가 덜 된 채 먹었을 때 전파되기도 하고 환자의 분변 등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세 번째 환자가 지난달 20일 지역의 한 시장에서 정어리와 오징어를 사서 집에서 조리해 먹은 후 다음날부터 설사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해산물을 익혀 먹으면 콜레라에 감염될 확률이 낮다는 일반 상식을 뒤엎는 발표였다.

문제는 또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환자가 섭취한 '전갱이'를 '정어리'로 잘못 발표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전갱이를 정어리로 잘못 파악하는 등 초기대처에 미흡했다고 보도했다. 역학조사관이 전화로 구두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경상도 말씨로 "전갱이를 먹었다"고 한 말을 '정어리'로 잘못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또 세 번째 환자가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와 달리 횟집에 들른 기록도 추가로 나왔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시장에서 산 전갱이와 오징어 외에 횟집에서 사 먹은 음식 등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일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30일 오후 환자 보호자 및 본인 진술에서 '정어리'를 먹었다고 현장에 나가 있는 역학조사관이 확인했다"며 "해당 환자가 횟집에 들렀다는 얘기를 조사관에게 하지 않았다"고 환자 탓을 했다.

역학조사관이 잘못 들어서 생긴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해당 환자가 다녀간 병원의 의무기록에도 '정어리'를 먹은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병원 쪽에도 책임을 떠넘겼다.

또 다른 문제는 질병관리본부가 정확한 사태를 파악한 것이 세 번째 환자 발병 관련 브리핑을 한 지난달 31일 저녁이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전 정확하지 않은 브리핑을 한 뒤 저녁에서야 환자의 카드 사용기록 등을 입수해 지난달 18일 횟집에 들른 기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세 번째 환자가 시장에서 산 생선 역시 '정어리'가 아닌 '전갱이'라는 사실을 판매자를 통해 확인했다. 부실한 현장조사가 잘못된 브리핑으로 이어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신속한 질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병 정보를 보다 빨리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초기 역학조사에서 환자의 불분명한 진술에만 의존한 채 판매자 확인 작업조차 거치지 않고 섣불리 어종 등을 발표함으로써 오히려 대처에 혼선을 빚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현재까지 발생한 콜레라 환자 3명의 균 유전자형은 모두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이들의 콜레라균이 똑같은 발원지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첫 신고 접수 후 보름이 지나도록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거제에서 발생한 환자 3명의 동선이 전혀 겹치지 않으면서 감염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환자들의 공통점은 거제시 인근 해역에서 잡은 수산물을 먹었다는 점뿐이다. 보건당국이 바닷물이 콜레라에 오염됐다고 추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세 환자의 접촉자 중 콜레라균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다. 개인 간 편차가 존재할 수 도 있다는 뜻이다. 늘 그렇듯 보건당국의 대처가 아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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