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일 편집국장
극성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열대야도 기세가 다한 느낌이다. 시간에 따른 계절의 변화는 늘 그렇듯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다. 올 여름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을 정도로 맑은 날씨와 무더위가 지속됐다. 아직까지 태풍 등의 자연재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거제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를 확인하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지난달 1일 일제히 문을 연 지역 16곳의 해수욕장은 지난 21일 폐장했다. 52일 동안 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는 37만2260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40만37명에 비해 2만7777명(6.9%)이 줄어든 수치다. 지역 해수욕장 운영기간 동안 16개 해수욕장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447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폭염과 날씨 등을 감안한다면 안타까운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경상남도 전체 해수욕장을 살펴보면 올해 피서객은 소폭 증가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27개 해수욕장을 찾은 올해 피서객수는 지난해보다 6.9% 늘어난 8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남해군이 37만60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거제시, 사천시(4만4000여명), 통영시(4만3000여명) 등의 순이었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이 찾은 해수욕장은 남해 상주은모래비치 해수욕장으로 총 19만400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방문객 9만6410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도내 전체 해수욕장 가운데 절반 이상이 넘는 해수욕장이 위치한 거제시로서는 다소 민망한 결과다. 조선업 불황으로 거제시가 관광거제에 매진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역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인근 부산지역 해수욕장은 무더위 특수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부산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올해 누적 방문객수는 4341만명으로 역대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74만명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지역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해수욕장을 대거 찾았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기준 제주시 지역 7개 해수욕장 총 이용객 수는 329만16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5만1530명 보다 46% 가량이 증가했다. 서귀포시의 경우 같은 날 기준 4개 해수욕장 총 이용객 수는 61만230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9만3870명 보다 24% 가량 늘어난 것이다.

경상북도 지역의 최대 피서지인 포항지역 해수욕장도 불볕더위의 위력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14일 기준 포항지역 6개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총 403만2960명으로 나타났다. 폐장일을 일주일 가량 남겨둔 결과지만 이미 지난해 집계된 394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전국의 해수욕장에서는 매년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린다. 거제지역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 바다로 세계로 행사를 비롯해 명사바다영화제, 한여름 밤바다 별빛달빛음악회 등이 진행된다. 하지만 관광객과 피서객들의 발걸음을 거제로 향하게 하기에는 규모나 내용면에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전국의 유명 해수욕장에서는 각종 관광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서해안 최대 해수욕장으로 올해 피서인파 1000만명 시대를 연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은 다양한 관광 인프라 구축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36.9%의 피서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대천해수욕장은 전국 최초로 해안에 스카이바이크와 짚트랙을 설치했고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워터파크와 놀이시설, 트릭아트 뮤지엄, 머드박물관 등이 들어서 있다. 차 없는 거리 새 단장, 바닥분수 도입 등도 대천해수욕장의 이미지 개선과 관광객 유입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거제시는 매년 해수욕장이 폐장되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이용객 감소의 원인을 찾아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단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해수욕객이 줄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었다.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방안도 없다. 올해 해수욕장 운영에 대한 평가가 예년과 같다면 내년 지역 해수욕장 역시 줄어든 피서객으로 울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