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 시민리포터

▲ 윤성원 거제불교거사림 2기 학생회장
더위가 아니라 온탕에 들어서 있는 듯하다. 한여름 무더위의 기세가 지금도 당당하다.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은 공연히 짜증과 화를 내며 불편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입추가 지나면서 들녘에서는 열매들이 여물어 가고 불볕더위 속에서도 삶의 현장에는 결실을 위해 땀 흘리는 시간이 지속 되고 있다.

덥고 힘들어도 잠시만이라도 마음을 돌려 결실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농부와 경제 역군을 생각하며 감사함을 느껴야할 시기다. 지역경제가 힘들다고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수희공덕의 도리일 것이다.

원산 큰스님은 덥다고 하는 마음과 춥다고 하는 마음을 하나로 생각하고, 계절의 순환은 사람이 살아가는 삶과 같다고 하신다. 삶을 살아온 과정을 돌이켜 보면 덥거나 추운 고비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시간이 지나면 어떤 쪽으로든 해결이 되고, 그 어려움은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망각하게 된다. 덥다고 하는 어려운 일도 예전에 겪었기에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무더위도 시간이 가면 다 사라진다. 하지만 지금 힘들어 애가 타고 초조한 나머지 여유를 찾지 못하고 마음을 편안히 갖지 못하면 몸에 병이 생기고 설상가상으로 마음까지 힘들어 진다.

이 세상에서 시간이 고정되는 것은 없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흐르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들은 너무나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편하고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손부채는 박물관 속 물건으로 변했고 시원한 에어컨을 사용하는 행복한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덥다고 하는 자체는 모양도 없는 일체가 끊어진 자리며 법성의 자리이다. 모든 것은 없는 것에서부터 나왔고, 모양과 덥다는 이름이 없으면 시비분별이 없다. 하나의 마음으로 생각하면 비록 구름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쳐다보면 금세 흩어져 흔적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위는 분명 시간에 순응 될 것이고 조금 있으면 풋풋한 풍경이 넘실거리는 약동의 계절 가을이 찾아올 것이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또 다른 마음이 생겨날 것이다. 자연은 끝이 없다. 반드시 끝이 있는 것은 바로 덧없음의 참 모습이다. 시간이 힘들다고, 계절에 힘들다고 하지말자. 우리 몸속에 있는 팔만사천의 번뇌를 벗어 던지고 나면 일어날 번뇌와 사라질 번뇌가 따로 없는 허공일 것이다.

뿐만 아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즉 현상계에도 허공이 있고 물질이 있는데 이는 서로 단절된 관계가 아니라 공 가운데 색이 존재하고 물질적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필경 공의 무한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공의 경지에서는 장애가 없고 참다운 진리의 존재는 우선 오류가 흐르지 않아 아무런 두려움과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다.

생각하는 마음에 걸림이 없으면 공포가 없어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지에 이르면 사물 본연의 실상을 깨닫기 위해 공의 세계에 이르기 위해 노력한다. 원산 큰스님은 뜬구름 자체가 본래 공이라 했으며, 부처님은 그 경지에 이르면 걸림도 장애도 없다고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공에 이르기가 어렵고 사물 본연의 실상을 깨닫기도 어렵다. 사람이 환경에 구하는 바가 많으면 마음속에 불만이 많아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을 한마디로 '행복'이라 했고, 칸트는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라는 명언을 제시했다.

마음이 하나로 뭉쳐진 참 마음이라면 그것을 얻은 뒤에는 대 자유만 존재한다는 부처님 말씀을 기억하면 현실에 만족할 줄 알고 참된 나를 찾는 일에는 멈춤이 없을 것이다. 현실은 온탕 같은 더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내 마음을 하나로 일치한다면 지금의 고통은 지나가고 시원한 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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