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북해(北海) 끝에 크기가 몇 천리가 되는 곤(鯤)이란 이름의 물고기가 있다. 곤이 변해서 붕(鵬)이란 이름의 새가 되는데 붕의 등도 몇 천리인지 모른다.

이 새가 한 번 날면 그 날개는 하늘 전체를 뒤덮을 정도이고, 해면이 한꺼번에 뒤집힐 듯한 대풍(大風)이 불면 그 바람을 타고 북해 끝에서 남해 끝까지 날려고 한다.

이 세상의 불가사의를 잘 아는 제해(齊諧)라는 사람은 "붕이 남해로 갈 때 바닷물에 날갯짓을 3천리, 회오리바람을 타고 오르기 9만리, 6개월 동안 계속 난 다음 비로소 날갯짓을 멈춘다"고 했다.

장자는 이 붕을 빌어 상식을 초월한 무한히 큰 것, 정신의 자유세계에 소요하는 위대한 존재를 시사하려 했다. 그런데 곤(鯤)이란 아주 작은 존재를 큰 물고기의 이름으로, 그 곤이 변한 것이 붕이라 했으니 매우 기발한 착상이다. 마지막에 장자는 9만리를 나는 대붕(大鵬)에 척안(작은 물새)을 비유했다.

"9만리를 나는 대붕을 보고, 척안은 그것을 비웃으며 '저것 봐라. 붕이란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우리들은 힘껏 뛰어올라도 기껏해야 5, 6칸으로 내려와서는 쑥이 무성한 위를 날 뿐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거든. 녀석은 도대체 어디까지 날아갈 작정이지?' 하고 빈정댄다. 결국 왜소한 것은 위대한 것의 마음이나 행동을 알 턱이 없다. 이것이 바로 대와 소의 차이점이다."

유명한 장자의 제1편 소요유편에 나오는 대붕에 관한 이야기로 원대한 계획이나 사업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지난 40년간 거제면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거제동서간 연결도로(명진터널)의 1차 시공사로 금광기업이 선정됐다. 금광기업은 지난달 15일 착공계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거제동서간 연결도로는 계룡산을 터널로 관통해 동서지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4.6㎞, 너비 4m의 왕복 4차로로 건설된다. 계룡산을 두고 좌우로 자리 잡은 상문동과 거제면을 직선으로 잇는다.

이를 위해 계룡산에 1.6㎞, 2차로 터널 2기를 뚫고 43m 교량도 세운다. 완공은 2021년 6월이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 30분 정도 걸리던 두 지역은 5분 이내로 연결된다.

하지만 980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 확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장 사업 노선이 시도21호선이어서 전체 사업비를 거제시가 부담해야 한다. 5년여의 공사기간 동안 매년 2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해야 한다. 조선업 불황으로 세수 급감에 시달릴 거제시로써는 큰 부담이다.

당장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지원지방도 승격은 물 건너 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국도·국지도 노선 승격 요청 대상지에서 거제동서간 연결도로가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도 승격을 통한 경남도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는 사업 노선 일부를 변경해 지방도 1018호선과 신설 도로를 연결, 전체 노선을 지방도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거제동서간 연결도로가 지방도 승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거제동서간 연결도로의 지방도 승격을 위해 거제시가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거제·동부·남부면 3개면은 거제 치소의 역사적 유적과 천혜의 절경을 배경으로 해금강·바람 언덕·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 등 지역 관광명소가 즐비한 곳이다. 거제동서간 연결도로가 건설되면 지역 관광지에 대한 접근성 확보는 물론 지역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붕새가 단숨에 9만리를 난다는 붕정만리(鵬程萬里)라는 고사성어처럼 거제동서간 연결도로는 거제시의 원대한 사업 중 하나다. 지난 40여년 동안 수많은 정치인들이 선거공약으로 이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거제동서간 연결도로는 이미 타당성 조사, 실시설계 등의 용역비와 접속도로 보상비가 투입된 상태다. 하지만 원대한 계획이나 사업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실천이 가능하다.

충분히 노력해 자신의 덩치가 대붕처럼 커져 있다면, 다시 말해 실력과 준비가 탄탄하다면 세상의 흐름을 탈 수 있다. 하지만 준비가 덜 돼 있다면 세상의 변화에 휩쓸려갈 뿐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